정부가 급증하는 세수로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반도체 추가 세수를 인공지능(AI) 대전환과 추락한 잠재성장률 반등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200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미래대응기금은 세수 변동성을 완화하는 ‘재정 저수지’ 역할도 맡는다. 반도체 호황기에 자금을 적립해 불황기 세수 부족분을 보완하는 식이다.
기금을 조성해 국가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하고 성장률을 제고하겠다는 방향은 나무랄 데가 없다. 그렇지만 기금 관리주체인 기획예산처가 어제 내놓은 지출계획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중점 투자 분야로 제시한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분야 사업 전반에서 ‘퍼주기’ 인상이 짙다.
박홍근 예산처 장관은 ‘청년 사업’으로 문화예술패스 대상 및 분야 확대를 예시했다. 문화예술을 넘어 스포츠 활동 등도 포함하고, 19·20세인 지원 대상 연령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청년 문화활동이 중요하지만 미래대응기금 지원 대상에 올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청년 주거 지원도 마찬가지다. 청년주택에 수십조원을 쏟아붓는다면 무주택 가장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지방 지원도 과잉은 금물이다. 기금 투입 대상으로 제시한 농어촌기본소득은 초과 세수가 마른 뒤 어찌할 것인가.
2~3년 내에 수백조원을 쏟아붓는 방식도 재고해 볼 대목이다. 집중 투자로 경기가 좋아지면 세입이 확충되고 새 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설명이지만, 단기 대규모 투자는 효율 저하를 부를 수밖에 없다. 원금을 보전하고 이자만 꺼내 쓰는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처럼 지속 가능한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국가부채 상환이 빠진 것도 논쟁적이다. 초과 세수도 미래대응기금에 적립되는 만큼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대로 나랏빚 우선 상환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미래대응기금과 함께 발표한 교육교부금 개편 방안도 아쉽다. ‘내국세의 20.79% 자동 배분’ 폐지는 반갑지만 줄어드는 교부금을 미래대응기금에서 보전해주기로 한 것은 조삼모사에 가깝다. 그보다는 AI 대전환기에 중요도가 커진 고등교육 예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기금 사업비의 20% 내에서 국회 승인 없이 지출 계획을 변경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