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남은 350여 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방안’이 조만간 공개된다. 정부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세종 이전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본격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줄줄이 이전 후보로 거론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유치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금융노조는 이전 방침에 반발해 총파업까지 예고했다. 국가적 에너지 낭비와 지역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가 제시한 이전 원칙은 ‘집중·집적화’다. 지역별로 공공기관을 나눠주는 대신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집적화한다는 것이다. 1차 이전이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공공기관 이전이 집중된 2014~2017년에는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 인구가 순유입됐지만 이후 급감하면서 2023년부터는 오히려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공공기관을 10개 혁신도시로 나눠 안배한 탓에 파급효과가 분산됐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자본시장 인프라와 주요 기업 및 금융회사 본사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공공기관과 감독기관을 지방으로 흩어놓는다면 시장 대응력과 업무 효율성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차 이전 때도 제기된 우려인데 그동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집중과 집적화를 내세우면서 금융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분산 이전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가 산업·금융 경쟁력에 미칠 영향까지 면밀히 따져 판단해야 할 문제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균형 발전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긴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속도전보다는 혁신도시의 정주 여건과 수용 능력을 고도화하고, 기존 산업과의 연계성을 높일 정교한 산업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먼저다.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국가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