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싱크탱크 역할을 자처해온 서울대 상과대학의 역사가 새롭게 쓰였다. 서울대 개교 80주년을 맞아 출간된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125년의 역사>는 상과대학의 출발점을 일제강점기인 1918년 ‘경성고등상업학교(경성고상)’에서 1899년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칙령으로 설립된 ‘상공학교’로 20년 앞당겨 복원했다. 자료 수집과 집필에만 8년이 걸린 대작이다.
기존 통설에서는 일제가 식민지 개척 관리를 양성하기 위해 세운 ‘동양협회 전문학교’를 모태로 봤다. 한국인 입학이 극도로 제한됐던 뼈아픈 과거를 학교의 기원으로 삼았던 셈이다. 저자들은 사료 발굴을 통해 1905년 일제에 의해 격하·이관당한 상공학교 상업과의 역사성을 바로 세우고 근대 상업·경제 교육의 주체적 자강 노력을 살려냈다.
책은 상공학교를 시작으로 경성고상, 광복 후 1946년 서울대 상과대학, 그리고 1975년 경제학부(사회과학대학)와 경영대학의 분리 등으로 이어지는 125년의 학문적 계보를 꼼꼼하게 추적한다. 전후 복구와 경제 개발 정책, 수출 드라이브를 주도한 관료와 주요 기업인, 교수들의 궤적은 곧 대한민국 근현대사 그 자체다. 단순한 연대기를 넘어 시대적 난제에 치열하게 답해온 지성의 기록이자 실천의 증언이라는 평가다.
기후 위기, 소득 양극화, 인공지능(AI) 혁신이라는 격변 앞에 선 오늘날, “경제와 경영의 본령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서울대 상과대학이 125년 동안 축적해온 비판적 사고와 학문적 전통이 이러한 변화와 도전을 이겨낼 해답을 찾아낼 것”(권영수 전 LG그룹 부회장·서울대 상과대학 총동창회장)이라는 믿음도 준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