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노래에 '칼군무'…춤추는 로봇, 내년엔 아이돌 된다 [현장+]

입력 2026-08-21 19:00

로봇 5대가 아이돌 최예나의 '캐치캐치' 노래가 흘러나오자 일제히 오와 열을 맞춰 부드럽게 춤을 췄다. 말 그대로 '칼군무'였다. 이어 빅뱅의 '뱅뱅뱅', 로제의 '아파트'에도, 태권도 선수와 함께 선보이는 품새 무대에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칼각'을 지켰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의 휴머노이드 스텔라가 갤럭시 로봇파크에서 21일 선보인 공연이었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이 춤추는 로봇을 넘어 로봇 아이돌을 선보인다. 내년 상반기 로봇 아이돌을 출시하고 하반기에는 이들을 앞세워 세계 각국을 도는 월드투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람 아티스트의 시간과 체력, 이동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로봇으로 넘어서 K팝의 활동 무대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최용호 갤럭시코퍼레이션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서울 강동구 갤럭시 로봇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상반기에는 로봇 아이돌을 런칭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로봇 아이돌들이 전 세계 로봇 월드투어를 한다"고 밝혔다.



최 CEO는 현재 K팝 월드투어가 30~35개국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100개국까지 더 확장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은 유한하고 시간에도 한계가 있지만 로봇은 동시에 공연할 수 있고 위험한 곳에서도 공연할 수 있다"며 "돈이 되지 않더라도 남미나 아프리카, 동유럽 등 가보지 않은 나라에서도 공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한 명이 로봇 12대 조종…"100대까지 동시 학습"
이날 공연에서 로봇들이 여러 곡의 안무를 오차 없이 맞춰 춘 비결은 동시 제어와 학습에 있다. 최 CEO는 "한 대로 시작해 동시에 5대, 12대까지 왔고, 이걸 단 한 명이 한다"며 "30대, 50대, 100대까지 동시에 학습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사람이 일일이 로봇에게 춤을 가르치는 방식도 아니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유튜브 등에 공개된 춤 영상을 데이터로 활용해 로봇이 안무를 학습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 CEO는 "세상에 데이터와 빅데이터가 이미 유튜브에 다 깔려 있다"며 "좋아하는 노래나 춤 영상이 있으면 자동화된 데이터 학습을 만들어 로봇에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로봇은 학습한 동작을 반복하며 스스로 연습한다. 바로 데이터를 입력한 순간 동작을 출력하기보다 반복 연습을 통해 매끄러워진다는 것이다. 회사는 로봇이 공간을 인지해 자율주행하고, 여러 로봇이 스스로 간격을 맞춰 대형을 만드는 기능도 갖췄다고 부연했다.갤럭시코퍼레이션, 로봇 제조사 아닌 'OS 기업' 노린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궁극적으로 '로봇 OS'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최대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 테슬라 등 다양한 제조사가 만든 로봇 하드웨어에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는 로봇 OS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것. 최 CEO는 이를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구글 안드로이드의 관계에 비유했다. 그는 "미국, 중국 등 다양한 기업에서 로봇 하드웨어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저희는 구글 안드로이드 같은 OS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라고 말했다.

아울러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유니트리 등 여러 로봇 하드웨어에 동일한 기술을 적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에는 소비자가 로봇을 구매하거나 렌털·리스한 뒤 자신의 생활환경에 맞춰 로봇을 학습시키는 시대가 올 것이라 최 CEO는 전망했다."다음에 와도 그대로 기억"…개인정보 문제는 숙제
로봇이 사람을 기억하고 대화를 이어가는 기능도 개발 중이다. 최 CEO는 방문객들이 로봇파크에서 로봇들과 일회성이 아닌 연속적인 경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로봇이 이전에 왔던 방문객을 기억해 인사를 건네고, 이전과 다른 체험을 제안하는 식이다. 단순히 로봇을 체험하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로봇이 친구가 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말이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구현할 수 있지만, 개인정보를 다루는 만큼 충분한 동의 절차와 관리 체계를 갖추기 전까지는 로봇파크에 섣불리 적용하지 않겠다는 게 최 CEO의 입장이다. 그는 "상대방의 어떤 시스템 동의가 필요하고 지속 가능한 동의가 필요하다"며 "그런 것들이 준비돼야만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얻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갤럭시 로봇파크는 공연과 체험, 콘텐츠,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약 5000평 규모의 로봇 복합문화공간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정식 개관전부터 약 6주간 2만명 이상의 누적 관람객을 기록했다. 프리오픈 기간 사전 관람 티켓은 전 회차 매진됐다. 올해 말에는 두바이에 두 번째 로봇 아레나가 개관할 예정이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기업가치 1조 원을 인정받은 유니콘 기업이다. 엔터테크 기업으로 매출 2988억원을 달성하고, 누적 투자 2000억원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