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새는 강의실에 놀랐다"…55년 만에 교부금 대수술 [교육인사이드]

입력 2026-08-22 08:00
수정 2026-08-22 08:06


정부가 매년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초·중·고 교육 예산으로 배분해 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내국세 연동제를 폐지한다. 학생 수는 급감하는데 세수 증가에 따라 교부금은 크게 늘어나는 구조를 개편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초·중·고 교육에 집중됐던 교육 예산을 대학과 영유아 등 전주기 교육 분야로 확장할 수 있게 됐다. 55년 교부금 체계 대수술교육부와 기획예산처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1972년 도입된 내국세 연동제가 내년부터 폐지된다. 앞으로는 전년도 교부금에 최근 3개년 평균 경상 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의 35%를 곱해 다음 해 규모를 산정한다. 교부금의 60%가 인건비로 사용되는 만큼 학령인구 변화율은 35%만 반영하기로 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 교부금은 78조9000억원이 된다. 교육부와 기획예산처 추산에 따르면 개편 이후 교부금은 2030년 기준 92조7000억원까지 늘어난다. 연평균 증가율은 5.2%다. 현금성 지원과 재정난 반복내국세 연동률 '20.79%'가 교육계에는 상징적인 숫자였던 만큼 교부금 개편으로 인한 교육계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교부금 체계 개편에 나선 것은 세수 규모에 따라 출렁이는 변동성을 줄이고, 그동안 투자가 부족했던 대학과 영유아 분야에 투자를 늘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동안 교부금은 각 시도교육청에 자동으로 배분돼 초·중·고 교육에 주로 사용됐다. 내국세에 연동되는 구조이다 보니 매년 규모가 들쭉날쭉했다. 2021년 추경 기준 교부금 규모는 60조3000억원이었는데, 2022년에는 81조3000억원까지 급증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거리두기 해제 이후 경기가 회복된 영향이다.

일부 시도교육청이 태블릿 PC 무상 지급, 현금성 지원 등에 교부금을 사용하면서 방만 지출 논란이 불거진 것도 이 시기다. 교육감 선거까지 맞물린 기간엔 교부금이 교육감의 '쌈짓돈'처럼 쓰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 2023년에는 교부금이 65조4000억원까지 급감하면서 계획했던 각종 사업이 중단되는 등 재정난에 시달렸다. 빗물 새는 대학 강의실교육 투자가 불균형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육청이 관할하는 초·중·고 교육에 투자가 집중되는 사이 어린이집과 대학에 대한 투자 규모는 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치로도 나타난다. 학생 1인당 공교육비(학부모가 사교육에 쓴 비용을 제외하고 정부, 가계 등 민간이 지출한 모든 교육비)는 2022년 초·중등 교육의 경우 2만2500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만3500달러)을 훌쩍 넘었다. 반면 고등교육은 1만4700달러로 OECD 평균(2만1400달러)을 밑돌았다.

대학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데다 10년 이상 등록금 동결까지 더해지면서 대학 재정은 열악해졌다. 강의실에 빗물이 새는 등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학생들이 나서 "초·중·고 교실보다 못한 대학 강의실"이라며 등록금 인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나왔을 정도다.

이번 교부금 개편으로 재원 활용의 불균형이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양 부처는 교부금 개편으로 마련된 재원은 미래대응기금의 교육·인재 계정으로 전출해 영유아 및 고등·평생교육에 사용하기로 했다. 추가세수를 제외한 내국세의 20.79%와 개편 산식에 따른 교부금의 차액을 미래대응기금 내 교육·인재계정 수입으로 보장한다.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법에 관련 내용을 명시할 예정이다.

교육·인재계정은 그동안 투자가 부족했던 대학과 평생 교육 분야, 영유아 정책에 쓰이게 된다. 우수인재 유치 및 국가인재 유출 방지 등에도 활용한다. 다만 "국가 정책상 시급하거나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한 교육 지원 사업에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만들어 초·중·고 예산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뒀다. 예를 들어 무상교육 등 정부의 주요 정책에는 초·중·고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안전장치로 '교부금 절벽' 막는다교부금 보전 조항도 신설했다. 개편 산식에 따라 교부금 금액이 전년 대비 감소하는 경우, 그 차액을 보전해 총액이 줄어들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23년의 사례처럼 교부금이 16조원이나 급감하는 '교부금 절벽'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국가가 흔들림없이 교육에 투자하겠다는 내국세 20.79% 연동제의 취지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교육 분야간 투자 불균형을 해소하고, 우리나라가 인재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