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유가 급등세에도 석유 최고가격을 기존 수준으로 4주간 더 동결하기로 했다. 물가 불안 심리를 잠재우고 폭염·집중호우 등 이상기후 여파로 가중된 서민 경제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산업통상부는 오는 22일 0시부터 4주간 적용될 '제9차 석유 최고가격'을 기존 8차와 동일하게 유지한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L당 정유사가 주유소에 납품하는 최고가격 상한선은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변동 없이 적용된다.
최근 미국과 이란 종전 협정이 무력화하면서 글로벌 유가는 오름세를 보이는 흐름이다. 최고가격 동결은 유가 상승 압력보다 내수 물가 안정을 우선시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8월 초 종전 기대감에 배럴당 70달러대까지 하락했던 주요 원유 가격은 중동 전쟁 교착 장기화로 일제히 90달러 선을 돌파했다. 지난 20일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93.8달러를 기록해 8월 1주 차(81.7달러) 대비 12달러 올랐다. 두바이유와 WTI도 오름세를 보였다.
국제 유가에 연동되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 역시 상승 전환하는 흐름이다. 8월 1주 차 105달러였던 국제 휘발유 가격은 20일 114달러로, 국제 경유 가격은 148달러에서 164달러로 뛰었다.
중동 협상 교착에 따른 추가 상승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동결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물가 임계점에 달한 내수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현재 국제유가 및 제품가격 수준이 지난 8차 최고가격 결정 당시(7월 5주 차)와 유사한 점, 최근 폭염과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로 인한 민생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말 7차 최고가격 시행 이후 지속 하락해 온 국내 유가(소매가)는 20일 기준 L당 휘발유 1862원, 경유 1845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부는 시시각각 변하는 중동 정세와 국내외 석유 수급, 수요 관리 필요성 등 거시경제 지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향후 최고가격제를 기민하게 운영할 방침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