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받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신 내도록 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항소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오 시장은 이날 법정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에게 "꼭 실체적 진실을 밝혀 무죄를 입증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오 시장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항소심에서 새로 선임된 변호인은 항소이유 진술에서 "이 사건의 핵심은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사실이 없고, 김한정 씨가 명씨에게 돈을 지급한 사실도 알지 못했으며 비용 납부를 요청한 적도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오 시장 측은 김씨의 비용 지급이 오 시장의 요청과 무관한 독자적 행동이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이 명씨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거리를 두려 했지만, 정치적 후원자인 김씨가 명씨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오 시장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독자적으로 관계를 이어갔다는 설명이다.
1심의 사실인정 방식도 문제 삼았다. 오 시장이 명씨를 만났고 명씨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받았다는 개별적인 정황만으로 오 시장의 공동범행 구조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명씨 진술의 신빙성도 항소심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씨 측은 "여론조사 의뢰자와 횟수, 시기, 성격 등 범죄사실의 핵심 부분에 관한 명씨의 진술이 변경됐다"며 "비용을 지급한 측과 받은 측 누구도 2100만원이 구체적으로 어느 여론조사의 비용인지 명확히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 측은 공소사실 특정 여부와 특검의 수사 범위도 문제 삼았다. 정치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제3자가 부담했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자금법 위반이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여론조사를 누가 의뢰했고 그 비용이 어떻게 산정·지급됐는지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한다는 취지다. 또 이번 사건이 김건희 특검법에 규정된 수사 대상 또는 관련 범죄에 해당한다고 본 1심 판단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건희 특검팀은 메시지와 녹음 등 관련 자료를 종합하면 오 시장과 강철원 씨가 공모해 명씨에게 총 10차례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김씨가 3300만원 상당의 비용을 대신 부담하도록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맞섰다.
앞서 1심은 특검이 기소한 여론조사 10회 가운데 일부에 대한 비용 대납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2100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이 형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잃게 된다.
오 시장은 항소심을 앞두고 법무법인 광장 소속 변호사 7명을 추가 선임해 변호인단을 총 16명으로 보강했다. 새 변호인에는 법원행정처 심의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지낸 판사 출신들이 포함됐다. 재판부는 오는 28일 김씨와 명씨를 시작으로 증인신문을 진행해 10월 2일 심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