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대표하는 루마니아 출신 소프라노 일레아나 코트루바스(Ileana Cotrubas)가 20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7세.
루마니아 국영통신 아제르프레스(AGERPRES)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국립오페라의 발표를 인용해 코트루바스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코트루바스가 생전 주로 활동한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도 공식 추모문을 내고 "우리 시대의 비올레타이자 미미, 질다였다"라며 애도를 표했다. 구체적인 사망 장소와 사인은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1939년 루마니아 갈라치에서 태어난 코트루바스는 아홉 살 때부터 부쿠레슈티 국립오페라 어린이합창단과 라디오 부쿠레슈티에서 음악 교육을 받은 후 부쿠레슈티 음악원과 빈에서 공부했다. 1965년 네덜란드 스헤르토헨보스 국제성악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이듬해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유럽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이름을 세계 오페라 시장에 각인시킨 무대는 1975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이다. 코르투바스는 여주인공 '미미' 역을 맡은 당대 최고의 소프라노 미렐라 프레니를 대신해 갑작스럽게 무대에 투입됐다. 다수의 해외 매체에 따르면 그는 영국에서 밀라노로 날아가 공연 시작을 불과 15분가량 앞두고 극장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무대에 오르자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미미를 선보여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고, 이 공연을 계기로 세계 정상급 소프라노 반열에 올랐다.
1969년에는 모차르트 <마술피리>의 파미나로 빈 슈타츠오퍼에 데뷔했다. 이후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라 보엠>의 미미, <리골레토>의 질다, <장미의 기사>의 소피, <예브게니 오네긴>의 타티아나, <카르멘>의 미카엘라 등으로 1990년까지 이 극장의 주요 프로덕션의 주인공으로 무대를 누볐다. 이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1977년 <라 보엠>의 미미로 데뷔했다.
특히 그의 이름과 떼놓을 수 없는 배역은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역이다.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지휘로 플라시도 도밍고, 셰릴 밀네스와 함께 녹음한 <라 트라비아타>는 지금도 오페라 음반 가운데 명반으로 꼽힌다.
빈 슈타츠오퍼는 공식 성명을 통해 코트루바스에 대해 "매끄러운 외적 완벽함이 아니라 노래와 연기에서 예술적 진실을 추구했다"며 "그의 손에서는 하나의 프레이즈조차 하나의 사건이 됐다"고 평가했다.
빈 슈타츠오퍼는 코르투바스의 죽음을 애도하며 극장에 검은 깃발을 게양했다.
코트루바스는 1981년 오스트리아 정부로부터 '궁정여가수(Kammersangerin)' 칭호를 받았고, 1991년 빈 슈타츠오퍼 명예회원에 선정됐다. 1990년 무대에서 은퇴한 뒤에는 후학 양성에 힘썼다. 그가 키워낸 대표적 제자로는 루마니아 출신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있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