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둔화했는데 살림은 더 팍팍…日수입액 사상 최대

입력 2026-08-21 09:23
수정 2026-08-21 09:46


일본인의 체감 살림살이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개월 연속 일본은행 목표치인 2%를 밑돌았지만, 엔화 약세와 원유 가격 상승으로 수입 비용이 급증하면서 전기·가스요금과 식료품 등 생활비 부담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21일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변동성이 큰 신선식품을 제외한 종합지수가 102.1로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와 같은 수준이다. 6월 1.6%보다는 0.2%포인트 높아졌지만 일본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2%는 7개월 연속 밑돌았다.

물가 상승률만 보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풀 꺾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가격이 내려갔다는 뜻이 아니라 이미 오른 물가의 상승 속도가 둔화됐다는 의미다. 광열·수도비 등의 상승폭도 다시 확대되면서 가계가 실제로 느끼는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다.

앞으로의 물가 환경도 녹록지 않다. 일본 재무성이 20일 발표한 무역통계에 따르면 7월 수입액은 12조1462억엔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8% 늘었다. 2개월 연속 사상 최대다. 수출도 23.2% 증가한 11조5117억엔을 기록했지만 수입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해 무역수지는 6345억엔 적자를 냈다.

수입액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은 원유다. 7월 원유 수입액은 1조4089억엔으로 1년 전보다 87.8% 급증했다. 수입 물량은 5.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실제로 원유를 훨씬 많이 들여왔다기보다 원유 자체의 가격과 조달 비용이 크게 뛰었다는 의미다.

엔저도 부담을 키웠다. 통관 기준 원유 수입단가는 1킬로리터당 11만6382엔으로 전년 동월 대비 78.0% 상승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미국산 원유 등 대체 조달을 늘리면서 운송비 부담까지 커졌다.

원유 가격 상승은 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전력·가스 생산비와 물류비를 끌어올리고 결국 식료품과 각종 서비스 가격으로 전가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7~9월 전기·가스요금 보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원 종료 이후 에너지 비용 상승이 가계에 본격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일본 경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아래로 내려왔지만 생활비 부담을 끌어올릴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물가 상승 속도가 둔화해도 엔저와 고유가가 지속되면 가계의 실질적인 구매력 회복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행 입장에서도 판단이 복잡해졌다. 현재 물가상승률만 보면 긴축 필요성이 크지 않지만, 원유와 환율을 통한 수입 인플레이션이 다시 강해질 경우 물가가 재차 반등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물가는 둔화했지만 생활은 팍팍한’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