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북극항로 개척 첫발 뗀다…컨테이너선 22일 부산 출항

입력 2026-08-20 18:00
수정 2026-08-21 01:46
한국 컨테이너선이 처음으로 북극항로로 부산에서 유럽을 오가는 시범운항을 한다. 경제안보 시대를 맞아 수에즈운하에 집중된 해상 물류망을 다변화하고, 물류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20일 해양수산부는 22일 국적선사 팬스타라인닷컴의 2758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북극항로로 유럽을 왕복하는 시범운항에 나선다고 밝혔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오는 30일 북극해에 진입한 뒤 약 6400㎞를 8일간 항해해 북극을 통과할 예정이다. 영국 펠릭스토(9월 9일), 네덜란드 로테르담(11일), 폴란드 그단스크(15일)에 기항한 뒤 10월 5일 부산으로 복귀하는 총 45일 일정이다.

한국 국적의 벌크선이 북극항로를 운항한 적은 있지만 컨테이너선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2013년부터 4년간 다섯 차례 비정기적으로 출항하는 벌크선으로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까다로운 통항 허가 절차, 비용 부담 등에 막혀 상용화에는 실패했다.

북극항로는 운항 일수와 연료 소모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데다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벗어난 대체 무역로로 기대를 모은다. 북극항로를 이용한 부산~로테르담 운항거리는 약 1만3000㎞로,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기존 항로(약 2만㎞)보다 약 7000㎞ 짧다. 통상 30일 이상 걸리던 편도 운항 기간도 20일 안팎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이번 시범운항을 통해 소요 기간, 연료 소모량, 운항 비용 데이터를 축적하고 향후 ‘북극항로 운항백서’를 발간해 정기 노선 개설 기반을 다질 방침이다.

정부는 북미 대륙 북쪽을 항해하는 북서항로도 개척할 계획이다. 북서항로는 울산항에서 캐나다 퀘벡항까지 약 1만3500㎞를 항해하는 항로로 기존 파나마운하 항로보다 7500㎞를 줄일 수 있다.

한편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한국의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대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재 조치가 진행 중인 러시아와 협력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