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세종 이전을 시작으로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시동을 건다. 금융위와 개인정보위는 법 개정 없이 이전할 수 있지만 상당수 공공기관은 설립 근거법을 고쳐야 한다. 노조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는 공공기관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1차 이전 이후 남은 상당수 금융 공공·유관기관이 이번 2차 이전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이유다. ◇ 지방 이전 유력에 기관들 반발정부는 금융위와 개인정보위의 세종 이전을 우선 추진하고 내년부터 공공기관 이전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두 기관은 행복도시법상 이전 제외 기관을 빼면 정부서울청사에 남은 마지막 세종 이전 대상 중앙행정기관이다. 청사 확보 여건에 맞춰 이전 범위와 시기를 정할 방침으로, 별도 법 개정은 필요하지 않다.
공공기관 중에서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서민금융진흥원,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투자공사, 한국벤처투자 등이 이전 후보로 거론된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금융감독원도 이전이 유력하다.
금융 관련 기관은 1차 이전 당시 금융시장 대응과 업무 효율성 등을 이유로 상당수가 서울에 남았다. 금융회사 본점과 자본시장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정부가 ‘서울 잔류 최소화’를 원칙으로 내걸면서 금융 관련 기관도 이전 논의의 중심에 섰다.
지자체들은 각자의 산업 기반을 앞세워 금융 관련 기관 유치전에 나섰다. 부산시는 부산국제금융센터를 중심으로 정책금융기관을 추가 유치해 금융중심지 기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대구시는 기업은행을 포함해 34개 기관을 유치 대상으로 정했다.
전남광주시는 농수산업 기반을 내세워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전북도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와 연계한 자산 운용 생태계 확대를 목표로 농협중앙회,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을 핵심 대상으로 꼽았다. 충청북도는 지방은행 부재에 따른 금융 공백을 메우겠다며 기업은행과 7개 공제회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 본점 옮기려면 법부터 고쳐야금융 관련 기관이 이전 대상으로 확정되더라도 곧바로 본점을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책은행은 각각의 설립 근거법에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금감원은 금융위 설치법, 예보는 예금자보호법에 주된 사무소를 서울에 두도록 명시했다. 이들 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려면 국회에서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 안팎에서는 여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법 개정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노조의 반발은 걸림돌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정부가 국책은행 등의 지방 이전 발표를 강행할 경우 다음달 4일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최근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조합원 96.1%가 찬성했다. 금감원 노조도 지방 이전에 반대하며 집회와 파업 등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전 비용 부담과 인력 이탈 우려도 제기된다. 농협중앙회 노조는 토지 매입비를 제외한 본사 이전 비용만 최소 2520억원으로 추산했다. 수협중앙회 노조는 전남광주 이전에 약 3500억원, 부산 이전에 약 6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의 균형발전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은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공공기관 이전이 집중된 2014~2017년에는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 상당한 인구 순유입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후 유입 규모가 급감해 2023년부터는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백승민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혁신도시 발전을 위한 정책의 효과를 높이려면 단순히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 간 협력을 유도하는 체계와 효과적인 산업 정책 등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현 기자/광주=임동률/청주=강태우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