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속도 내는 앤트로픽…AI로 단백질 합성해 맞춤설계

입력 2026-08-20 17:35
수정 2026-08-21 01:26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방식의 신약 개발 과정이 바늘을 직접 빚어내는 단계로 들어섰다. 지금까지 신약 후보 발굴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물질 가운데 질병 표적에 달라붙는 후보를 골라내는 작업이었다. 인공지능(AI)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세상에 없던 단백질을 처음부터 설계해 신약 후보로 만들어내는 길을 열고 있다.

앤트로픽은 18일(현지시간) AI 모델 클로드가 여러 단백질 설계용 AI를 이용해 특정 표적에 달라붙는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질병 표적과 연구 프로토콜을 클로드에 학습시킨 뒤 표적 결합 위치 선정부터 설계, 단백질 구조 생성까지 수행하도록 했다.

적중률은 높았다. 실제 합성 및 분석할 수 있는 단백질 후보 1320개 가운데 354개가 표적에 결합했다. 현재 신약 개발 방식의 적중률이 통상 1% 미만인 데 비해 26.8%의 적중률을 기록했다. 클로드가 각 실험에서 가장 유망하다고 1순위로 추천한 후보의 경우 49%가 실제 표적에 달라붙었다.

AI를 이용한 단백질 연구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2020년 등장한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2가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며 AI 단백질 연구의 지평을 열었다. 이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프로테오’나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이 개발한 ‘프로틴MPNN’ 같은 AI 도구가 등장하면서 연구는 이미 존재하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수준을 넘어 원하는 기능을 갖춘 새 단백질을 설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앤트로픽은 클로드가 이 같은 전문 AI 도구를 상황에 맞게 골라 쓰고 설계부터 평가 및 신약 후보군 선별 과정을 스스로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진화할 가능성을 증명한 것이다.

클로드가 만든 단백질이 곧바로 신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 클로드가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은 독성·약효 등을 확인하는 비임상·임상을 거쳐야 한다. 제약업계에서는 통상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10년 이상, 약 3조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본다. AI를 활용하면 후보물질 발굴과 초기 개발에 걸리는 시간 및 비용을 기존의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앤트로픽은 “AI가 신약 개발에 필요한 전문성과 비용, 시간을 줄여 과학적 발견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