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군주'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군주' 중 어느 쪽이 더 나을까. 500년 전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던진 질문에 200여 년 뒤 한 군주가 정면으로 반박했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다.
김상근 연세대 명예교수의 신간 <나는 군주론에 반대한다, 그러나>는 프리드리히 2세가 왕세자 시절 쓴 <안티 마키아벨>을 국내 최초로 번역·해제하고, 두 사상가의 시공간을 뛰어넘은 논쟁을 추적한 책이다.
<안티 마키아벨>은 <군주론> 26장의 구성과 논점을 그대로 따라가며 조목조목 반론을 펼친다. 마키아벨리가 인간의 변덕과 배은망덕을 근거로 군주에게 냉혹한 현실주의를 주문했다면, 프리드리히 2세는 공포에 의존하는 통치는 결국 "겁쟁이들과 노예들을 다스리는 데 그친다"고 맞섰다.
그러나 역사는 흥미로운 역설을 남겼다. 계몽군주를 꿈꾸며 마키아벨리를 '인류를 위협하는 괴물'이라 비난했던 프리드리히 2세는 즉위 직후부터 23년간 영토 전쟁을 벌이며 프로이센을 유럽의 강대국으로 키웠다. 나폴레옹과 히틀러가 그를 롤모델로 삼을 만큼 냉혹한 권력의 세계에서 살아남았다. 저자는 이 모순을 파고든다. 마키아벨리의 가장 강력한 비판자가 실은 그의 가장 완벽한 제자였던 것은 아닐까.
책은 <군주론>과 <안티 마키아벨>을 '이론과 실험'처럼 겹쳐 읽으며 정치와 윤리, 이상과 현실의 긴장을 되살린다. 좋은 리더는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살아남기 위해 때로 도덕을 배반해야 하는가. 18세기 군주의 반론을 거울삼아 21세기의 권력을 생각해보게 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