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19기 더 필요한 전력…반도체·AI가 불 지폈다

입력 2026-08-20 15:36
수정 2026-08-20 15:43

2040년 국내 전력 수요가 당초 전망했던 것보다 26.6GW 추가로 더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지난 6월 말 발표한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메가프로젝트 등 기업들의 대규모 첨단산업 투자 계획을 공식 반영하면서 중장기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급증한 결과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개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40년 전력수요 재전망 잠정안'을 발표했다. 전기본은 향후 15년간 전력 수급 청사진을 그리는 국가 에너지 최상위 행정계획이다.

전기본 총괄위원회는 당초 지난 4월 수요전망 잠정안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이후 기업들의 투자 발표가 잇따르면서 전력 수요처가 늘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날 재전망안을 공개했다. 위원회는 미래 불확실성을 고려해 수요 경로를 두 갈래로 나눴다. 현재의 경제 성장 흐름과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반영한 '기준 시나리오'와, AI 확산 및 과감한 탄소중립 가속을 가정한 '상향 시나리오'다.

재전망 결과 2040년 발전 설비 건설 규모를 결정짓는 피크 시간대 수요인 '목표 최대전력'은 기준 시나리오 158.4GW, 상향 시나리오 165.0GW로 제시됐다. 지난 4월 1차 토론회 당시 잠정 전망치(기준 131.8GW, 상향 138.2GW)와 비교하면 불과 4개월 만에 26.6~26.8GW 상향 조정된 수치다. 늘어난 피크 전력 수요(26.6~26.8GW)는 1.4GW급 최신형 대형 원전 19기를 추가로 지어야 메울 수 있는 막대한 규모다.

연간 총 전력 사용량을 뜻하는 '목표 전력소비량' 역시 폭증했다. 2040년 목표 전력소비량은 기준 시나리오 847.3TWh, 상향 시나리오 885.1TWh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당초 전망치(기준 657.6TWh, 상향 694.1TWh) 대비 무려 189.7~191.0TWh 급증한 수치다.

이번 수요 폭증은 경제성장률 상향이나 탄소중립을 위한 산업 전기화 영향이 아니라 기업들의 '첨단산업 투자 확대'가 결정적인 도화선이 됐다. 실제로 인구와 경제성장률 추세만 반영한 기초 수요(모형수요)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지난 6월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증가폭이 6.5~8.1TWh에 그쳤다.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GDP 증가가 전력 소비로 이어지는 탄력성이 둔화하는 데다, 저출생에 따른 인구 감소세가 겹치면서 기초 수요 증가를 제약했기 때문이다. 철강·수송·건물 등 산업 전반의 화석연료를 전기로 바꾸는 전기화 수요 증가분 역시 당초와 비교해 사실상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소폭 감소(-0.6TWh)했다.

반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신규 투자가 유발하는 순 추가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정부와 기업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반영되면서 반도체 업종의 추가 전력소비량은 당초 27.4~29.3TWh에서 168.5~170.5TWh로 약 141TWh 폭증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준공과 호남권 신규 조성, 평택·청주 공장 증설 계획 등이 반영된 여파다. 권역별 기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 신규 조성 계획까지 가세하면서 데이터센터 추가 수요 역시 당초 26.5TWh에서 84.9TWh로 58.4TWh 치솟았다.

이에 따라 자연적인 전력 소비와 첨단산업 추가 수요를 단순 합산한 '기준수요'는 상향 시나리오 기준 1026.6TWh로 사상 처음 1000TWh를 돌파했다.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의무화제도(EERS)와 수요반응(DR) 자원 확대를 통해 아껴 쓸 수 있는 '수요관리' 목표량을 141.5TWh까지 최대치로 반영하고 나서야 최종 공급해야 할 '목표수요'가 885.1TWh로 맞춰졌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첨단산업발(發) 전력 수요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면서 이를 뒷받침할 신규 원전 건설과 대규모 송배전망 확충을 둘러싼 전원 믹스 논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