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가슴 깊이 묻어둔 인생의 한순간을 추억하게 해주는 강력한 힘을 지녔다. 어떤 곡은 간질간질한 설렘의 순간을 떠올리게 해주고, 어떤 곡은 깊은 슬픔에 잠겼을 때를 조금은 덤덤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그렇게 음악은 많은 이들의 인생 페이지를 채우고, 시대를 뛰어넘어 매 순간 진한 감상을 일으킨다. 그 곡의 메시지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게 되면 비로소 '명곡'이라 불리게 된다.
'서른 즈음에', '사랑했지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고(故) 김광석의 음악은 대표적인 한국의 명곡으로 꼽힌다. 인생사를 섬세하게 그려낸 가사는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청자의 마음을 파고든다. 이야기가 있는 음악은 결국 시대를 뛰어넘어 소비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은 절대 사라질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故 김광석의 명곡을 무대로 옮긴 국내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이 10년 넘게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날들'은 2013년 초연해 누적 공연 총 600회 이상, 평균 객석 점유율 90%라는 기록을 세우며 10여년 간 꾸준하게 흥행했다. 올해도 관객들과 만나며 명곡의 힘을 전달하고 있다.
이야기는 1992년과 30년 뒤인 2022년을 오가며 전개된다. 청와대 경호실에서 함께 일했던 정학과 무영, 그리고 이들이 보호해야 했던 정체불명의 '그녀'를 둘러싼 과거 이야기와 무영과 그녀가 사라진 현재가 교차한다.
우정과 사랑, 현실적인 문제와 부딪히며 겪는 갈등까지 어찌 보면 전형적인 이야기는 청와대 경호실이라는 특수한 배경 설정과 두 시대를 오가는 방식을 통해 입체적으로 풀어진다. 30년 전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회상'은 작품의 서사를 이끄는 주요 키워드다. 김광석의 음악은 이 서사를 효과적으로 부각하는 요소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명곡들이기 때문이다.
장면 곳곳에 더해진 김광석의 음악은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다. 인생의 면면을 진솔하게 담아낸 덕에 서사에 부드럽게 녹아든다. 추억을 자극하고 감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음악의 힘은, 과거의 진실을 추적하고 인물 간 관계성과 감정선을 중요하게 다루는 극의 방향성을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이번 시즌은 베테랑 배우들과 뉴페이스가 어우러져 새로운 매력을 전하고 있다.
원칙을 중시하며 현재를 지키는 경호부장 정학 역은 지난 시즌을 이끌었던 엄기준을 비롯해 류수영, 최진혁, 김정현이 맡았다. 여유와 위트를 지닌 자유로운 영혼 무영 역은 박규원, 윤시윤, 산들, 유선호가, 사건의 중심에서 극의 미스터리를 이끄는 핵심 인물 그녀 역은 이지수와 박새힘이 책임지고 있다.
특히 대통령 전담 요리사이자 30년의 세월을 지켜온 증인 운영관 역에 서현철, 이정열, 고창석이 재합류해 극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그날들'은 오는 23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이후 9월 4일 대구 계명아트센터, 9월 11일 용인 포은아트홀 등 8개 도시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