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통계는 ‘중간 선거 후 반등’…의회 분열이 오히려 호재?

입력 2026-08-22 09:14
하반기 시장이 주목하는 이벤트가 있다. 11월 3일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다. 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 방, 본격적인 부양 기조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으로 여소야대 의회가 가시화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책 동력에 대한 회의론도 거세다.

역사적으로 미 증시는 선거 전 통증을 견뎌낸 뒤 예외 없이 가파른 반등을 이뤄냈다. 일각에서는 권력이 분립되어 파격적인 법안 추진이 저지되는 상황이야말로 시장이 가장 반기는 ‘예측 가능한 투자 환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악의 지지율, 여소야대?대통령 집권 2년 차에 실시하는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하원 435석 전체와 상원 35석, 주지사 39명 등이 새로 선출된다.

현재 미국 의회 지형은 외줄타기 형국이다. 하원은 공화당 218석, 민주당 213석으로 1930년 이후 가장 적은 5석 차 다수당 구도다.

현지 언론 및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2기 임기 중 최저치로 떨어졌고 무당층 표심 역시 민주당으로 기울어지는 양상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의 조사에서는 등록유권자의 53%가 트럼프 집권 이후 재정 상황이 악화되었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직무수행에 대해 55%가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기타 주요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평균적으로 38~4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무당층 지지율이 40%를 밑도는 상태를 역사적으로 민주당의 대승을 의미하는 ‘웨이브 선거(Wave Election)’의 신호로 해석하기도 한다.

예측 시장 플랫폼인 폴리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싹쓸이하는 ‘민주당 스윕(Democrats Sweep)’ 가능성이 48%로 가장 높게 형성되어 있다. 공화당 상원·민주당 하원의 ‘분할 의회(R Senate, D House)’ 시나리오가 40%로 뒤를 잇고 있으며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수성하는 시나리오는 13% 수준에 그친다.

공화당의 양원 지배는 어려울 전망인 가운데 상원까지 민주당이 이길 것인지가 핵심 변수인 상황이다. 통계는 ‘선거 후 반등’ 그러나 예측은 예측일 뿐이다. 선거는 결과가 나와야만 알 수 있다. 투자자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것은 중간선거가 금융시장에 미칠 실질적 영향이다.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는 중간선거 직전 불확실성 탓에 숨죽이다가 선거 종료 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강한 ‘구원 랠리(Relief Rally)’를 펼쳐왔다. 월가 전문가들이 하반기 변동성 장세 속에서 ‘선거 이후’를 주목하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 하트포드 펀드(Hartford Funds)와 US뱅크(U.S. Bank)의 장기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1930년 이후 S&P500 지수는 중간선거 전 12개월 동안 평균 2.9% 상승하는 데 그쳐 전체 연평균 수익률(8.9%)을 크게 밑도는 지루한 흐름을 보였다. 선거를 둘러싼 공약 남발과 정책교체 위험으로 자금이 관망세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김승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1962년 이후 중간선거가 있었던 16차례 가운데 11차례는 S&P500이 8월 고점보다 선거일에 낮았다”며 “8월 고점에서 선거 전 저점까지 평균 조정폭은 12%였으며 16차례 중 10차례는 10월에 저점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선거 전의 진통을 견뎌내고 표가 집계되어 결과가 확인되는 순간 증시는 가파르게 반등하는 경향을 보였다. 선거 후 3개월간 S&P500은 평균 6.5% 올랐으며 선거 후 12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12.4~13%에 달해 선거 전 성과를 4배 이상 압도했다.

블랙록의 분석에서도 선거일 한 달 전부터 여론조사 윤곽이 드러나며 랠리가 시작돼 선거 후 6개월간 평균 14.1%의 강력한 총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승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선거 전의 위험자산 가격 부진은 선거를 마치면 연말까지 빠르게 회복되는 패턴을 보인다”며 “불확실성 프리미엄은 선거 50여 일 전후까지 반영되다 선거를 앞두고 해소되기 시작해 연말까지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시장이 외려 권력의 분화, 이른바 그리드락(Gridlock·입법 교착 상태)을 가장 호재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의회가 분열되면 어느 한 정당도 과격한 세금 인상이나 파격적인 규제 법안을 단독 추진하기 어려워져 기업 환경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역사적으로 ‘공화당 대통령-여소야대(의회 분할 또는 민주당 다수)’ 조합일 때 S&P500의 선거 이듬해 평균 수익률은 23% 수준으로 전체 평균을 두 배 가까이 상회했다.

유승민 애널리스트 역시 “통합정부가 붕괴되거나 분립정부가 출범하는 경우 정부가 재정 부양책이나 대규모 법안을 그만큼 많이 통과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감으로 인해 안도 랠리가 훨씬 더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선거 전후의 상저하고 흐름에 맞춰 투자전략을 고민할 때라고 조언한다. 선거 전 조정이 주식 비중을 늘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950년 이후 중간선거가 끝난 뒤 12개월 동안 S&P500이 하락한 사례는 없었기에 선거 이후까지 보수적으로 대응할 이유는 없으며 선거 전 분할 매수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평가다.

문제는 ‘무엇을 담을 것인가’다.

김승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가 추천하는 수혜주는 자가발전 설비와 규제 유틸리티다. 전력망 계통의 부담을 줄이고 현장에 직접 전력을 공급하는 가스터빈, 연료전지, 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 설비업체가 우선순위로 꼽힌다. 전력망 확충 비용을 요금 기반에 반영할 수 있는 규제 유틸리티 기업도 안정적인 대안이다. 반면 규제 비용을 전가받는 기존 발전사와 최종 비용 부담자로 내몰린 빅테크는 투자 비중을 축소해야 할 대상으로 분석된다.

선거 후 만약 ‘여소야대’ 국면이 된다면 월가에서 상대적 수혜가 예상되는 대표 업종은 방산, 빅테크·반도체, 금융이 꼽힌다. 초당적 지지를 받는 국방 예산, AI 및 반도체 인프라 투자의 지속성, 금융권 M&A 규제완화 기조가 이들 업종을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청정에너지(친환경), 제약·바이오, 가상자산 등은 상대적 약세나 극심한 변동성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IRA 세제 혜택 축소를 둘러싼 행정명령 보복,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 인하 압박 및 가격 투명성 강요 조치, 관세 및 공급망 압박 등은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대통령의 고유 권한(행정권)에 속해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여소야대 구도가 펼쳐지더라도 거시경제의 큰 방향성 자체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모건스탠리의 아리아나 살바토레 미국 공공정책 연구총괄은 “중간선거가 거시경제 전망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정책 방향의 전환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관세, 지경학적 리스크, 규제완화 등 시장을 이끌어온 정책 벡터들은 모두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살바토레 총괄은 “최근의 경선 결과는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닻을 내리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주류와 진보 후보 중 어디를 통해 다수당으로 갈지 여전히 논쟁 중임을 보여준다”며 “투자자들은 실현 가능한 정책 변화와 지속가능한 정책 테마에 집중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