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기업 90% "사람 대신 로봇"…일자리 감소 우려도

입력 2026-08-20 12:00
국내 대형 제조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로봇·자동화설비 등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하는 '피지컬 AI'를 이미 도입했거나 향후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피지컬 AI를 활용하면 생산성이 평균 30% 이상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0일 종사자 500인 이상 제조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한 '피지컬 AI 도입 실태·인식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 기업 가운데 84%는 피지컬 AI를 현재 도입했거나 앞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피지컬 AI는 AI가 로봇·자동화설비 같은 물리적 시스템과 결합해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을 말한다. 휴머노이드, 자율주행차, 드론, 무인운반차(AGV), 자율이동로봇(AMR)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조사는 경총이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지난 5월27일부터 6월10일까지 15일간 진행했다.

이미 피지컬 AI를 도입한 기업은 47%로 조사됐다. 전체 공정·부서에 도입했다는 응답은 4%, 일부 공정·부서에 적용한 기업은 43%를 차지했다. 37%는 아직 도입하지 않았지만 향후 도입할 계획으로 확인됐다. 도입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16%에 그쳤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도입 의향도 높게 나타났다. 피지컬 AI를 도입했거나 도입할 계획이라고 답한 비중은 종사자 1000인 이상 기업에서 88.5%에 달했다. 500인 이상~1000인 미만 기업은 68.2%로 비교적 낮게 조사됐다.

현재 가장 널리 활용되는 유형은 AGV·AMR이었다. 피지컬 AI를 이미 도입한 기업 가운데 63.8%(복수응답)가 이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휴머노이드형은 29.8%, 자율주행차형은 31.9%로 조사됐고 드론형은 4.3%를 차지했다.

향후 도입 계획을 묻자 휴머노이드형을 활용하겠다는 응답이 64.9%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율주행차형 37.8%, AGV·AMR형 35.1%, 드론형 8.1% 순이었다. 여러 영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높은 수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실제 제조 현장에선 '조립·제작 공정' 활용 비중이 66%로 가장 컸다. 물류·운송, 창고 관리가 57.4%로 뒤를 이었다. 제품 설계·개발은 17%였고 품질 진단 14.9%, 안전 관리 10.6% 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피지컬 AI를 통해 가장 기대하는 효과는 생산성 향상이었다. 현재 도입했거나 도입 계획이 있는 84개사 가운데 45.2%가 '생산성 및 실적 향상'을 기대했다. '구인난 등 인력 운용 어려움 해소'는 26.2%, '산업재해 예방 및 사고 위험 감소'는 22.6%였다. 이들 기업이 예상한 생산성 향상 폭은 평균 31.9%로 나타났다.

생산성 향상 기대와 동시에 고용 감소를 전망하는 관측도 우세했다. 피지컬 AI 도입·확대로 일자리 대체 효과가 신규 일자리 창출보다 커져 '전체 일자리가 축소될 것'이란 응답이 61.9%에 달했다. '큰 변화가 없을 것'은 34.5%, '확대될 것'은 3.6%에 그쳤다.

도입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는 '기술적 불안정성 및 시스템 불안에 따른 리스크'가 34.5%로 조사됐다. 투자 비용 대비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은 31%, 노조·근로자의 도입 반대는 27.4%로 뒤를 이었다.

다만 기업들은 피지컬 AI가 노동력 감소와 생산성 하락 같은 국가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긍정적 영향이 '크다'는 응답은 79.8%였고 '작다'는 응답은 4.8%에 불과했다.

이승용 경총 경제분석팀장은 "피지컬 AI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여 기업이나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 대비 수익 불확실성, 노사 갈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지컬 AI가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면밀히 검토하고 다양한 기업 지원 대책을 적극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