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연구기관을 통한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지자 청와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 경찰청 등 관계기관을 소집해 연구안보 대응체계를 점검했다. 정부는 범부처 차원의 연구보안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전담기관 지정과 통합 지침 마련 등을 통해 대학·연구기관의 보안 관리 수준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본지 2026년 8월 3일자 A1, 5면 참조(유학생 가면 쓴 '스파이'…대학 연구실이 위험하다)
20일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14일 과기정통부와 교육부, 경찰청 관계자 등을 소집해 대학 연구안보 관련 회의를 열었다.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국가안보실 3차장실 주관으로 열린 회의에는 각 부처 실·국장과 실무자급 관계자들이 참석해 최근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연구성과와 첨단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공유했다.
이날 청와대 측은 각 기관에 연구안보 대응 방안을 검토해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처별로 흩어진 연구보안 업무를 범정부 차원에서 연계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보안 정책을 담당하는 과기정통부와 대학 정책을 맡는 교육부, 기술유출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청 등 관계기관 간 정보 공유와 협조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범부처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학을 비롯한 국내 연구기관에서 기술유출과 사이버 침해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도 연구보안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앞서 연구현장 실태조사와 제도 개선, 교육·상담 등을 맡는 연구보안 전담기관을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나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가운데 한 곳이 맡을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담기관은 대학과 연구기관의 연구보안 현황을 파악하고 실태를 조사하는 한편 현장에서 필요한 대책 등을 지원한다.
정부는 기존 일반과제와 보안과제 사이에 ‘민감과제’를 신설해 연구 보안을 강화할 예정이다. 국방·방산 과제를 중심으로 지정돼온 보안과제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일반과제로 관리할 경우 해외 유출 시 국가 경제나 안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구를 별도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국가전략기술 등 기술안보 측면에서 중요성이 큰 연구를 민감과제로 지정해 연구기관 내부에 별도의 보안체계를 갖추도록 한다는 취지다.
범부처 연구보안 지침도 올 하반기 마련된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10~11월께 연구기관이 지켜야 할 보안관리 기준과 운영 원칙 등을 담은 지침을 고시 형태로 내놓을 예정이다. 기관마다 제각각인 연구보안 관리 수준을 일정한 기준에 맞추고 연구현장에서 필요한 보안 절차를 보다 구체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대학이나 연구소가 갖고 있는 기술은 기업의 공정라인이나 제품 스펙처럼 정확하게 규격화된 기술이라기보다는 아직 스케일업까지 시간이 필요한 씨앗 기술인 경우가 많다”며 “그런 기술 가운데 보호해야 할 기술과 협력해야 할 기술이 같을 수도 있기 때문에 보호체계와 협력체계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주관하는 범부처 연구안보 관련 회의도 앞으로 정례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첨단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관계기관이 함께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지속적으로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영총/진영기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