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논란에 재소환된 20년 전 노무현 한마디

입력 2026-08-20 09:55
수정 2026-08-20 10:07


용산공원 주택 공급 문제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는 가운데, 약 20년 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용산공원의 개발 방향을 언급한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하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확산된 영상에는 노 전 대통령이 2006년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에서 "용산공원은 지금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들에게도 소중한 자산"이라며 "긴 시야를 가지고 푸르고 넓게 활용하면서 차근차근 완성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겼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용산 미군기지 부지를 국가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강조했다. 대도시 한복판에 대규모 부지가 남아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20년 전 발언이 다시 주목받은 것은 정부가 용산공원 부지 일부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다.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은 19일 TV조선 '뉴스 퍼레이드'에 출연해 "이 금싸라기 땅을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큰 땅을 다 공원으로 만드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힘든 규모이며, 이를 관리하기도 어렵다. 어떻게 쓰는 것이 제일 좋을지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만나 서울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한다. 지난달 24일 비공개 회동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용산공원 주택 공급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 차가 여전한 만큼 이번 회동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여권에서는 용산공원 활용 방안을 놓고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는 다만 "국토부가 관계기관 협의와 국민 의견수렴 등 사회적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여론조사 등 구체적인 의견수렴 방식·주체·시기 등은 현재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용산공원 개발 검토가 노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국가공원 조성 취지는 물론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입장과도 배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용산 미군 반환 부지는 국가공원으로 돼야 한다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였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모든 정부에서 용산공원을 국민에게 돌리기 위한 작업을 해왔다"며 "용산공원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와 같은 시민 휴식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하던 분이 바로 이재명 대통령이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여권에서는 용산공원 전체를 개발하자는 것이 아니라 공원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일부 부지를 주택 공급 등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자는 취지라고 반박하고 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공원 용도로 부적합한 곳들은 일부 개발해 청년을 위한 주택 용지로 공급하자는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