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우주항공…선제적 투자로 시장 선점[7대 첨단기술 투자지도]

입력 2026-08-26 08:30
[커버스토리 : 7대 첨단기술 투자지도]

정부가 우주항공을 ‘씨앗’ 단계부터 집중 육성하기로 한 이유는 간명하다.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나중에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우주산업은 연구개발부터 실제 사업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대표적인 장기 산업이다. 당장에라도 기술과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10년, 20년 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민간 우주기업들이 발사체, 위성, 우주인터넷, 우주탐사 등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면서 글로벌 우주산업의 경쟁 구도 자체가 바뀌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뉴스페이스’ 전환에 대응해 국가가 모든 것을 개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이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주도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를 앞세워 2030년 달 착륙선, 2035년 저궤도 위성통신망 발사 등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지금 투자해야 10~20년 뒤 결실정부의 이른바 ‘7대 시드’ 전략에서 우주항공이 차지하는 의미는 단순히 ‘새로운 산업 하나를 키운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반도체와 AI가 현재의 성장동력이라면 우주항공은 그다음 세대의 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우주항공은 첨단산업의 집약체에 가깝다. 우선 위성을 만들려면 반도체와 센서, 정밀기계, 배터리, 소재 기술 등이 필요하다. 발사체 역시 엔진과 추진체, 항공전자, 소프트웨어 기술이 있어야 한다. 즉 우주항공 산업을 성장시키면 반도체와 소재·부품, AI 로봇, 통신 등 다른 첨단산업의 성장도 함께 자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우선 달 착륙선을 띄워 우주항공 산업의 첫 단추를 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는 2030년 700kg급 민간 주도 달 착륙선을 발사하고 2032년에는 1800kg급 달 착륙선을 발사해 독자적인 달 탐사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단순히 달에 착륙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발사체와 위성, 통신, 탐사장비, 정밀제어 등 관련 기술을 국내 산업 생태계에 축적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한국 우주산업의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2035년에는 저궤도 위성통신을 발사하겠다고 했는데 이 역시 우주에서 생산되는 데이터가 새로운 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마중물이 될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주산업의 핵심은 단순히 로켓과 위성을 발사하는 것을 넘어 발사체들이 생산하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서비스를 만들 것인지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저궤도 위성은 통신과 위치정보, 기상관측, 재난 대응뿐 아니라 군사정보와 감시·정찰 등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예컨대 위성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면 농업 생산량 예측부터 산불·홍수 감시, 기후변화 분석, 물류·교통 관리 등 다양한 정책에 활용할 수 있다.

글로벌 통신시장에서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상 통신망이 닿기 어려운 지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재난 상황에서 통신망을 보완하는 역할도 가능하다.

게다가 항공기와 선박, 군사·공공 분야 등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이는 실제로 세계 주요국이 우주개발을 산업정책인 동시에 안보정책으로 접근하는 이유로도 꼽힌다.
민간 주도 성장이 경쟁력 강화의 핵심정부의 장기 구상을 종합하면 한국 우주산업은 크게 네 단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첫 단계는 발사체와 위성의 자립화다. 자체 발사체와 위성 제작 능력을 확보해 우주 접근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다음은 민간 우주기업의 성장이다. 정부가 초기 시장과 R&D를 제공하고 민간기업이 기술과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구조를 만드는 단계다.

세 번째는 우주 데이터 산업의 확대다. 위성영상과 위성통신, AI를 결합해 우주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새로운 산업으로 연결한다.

마지막은 달과 심우주로의 확장이다. 달 착륙선 등 탐사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한 기술을 기반으로 국제 우주개발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직접 사업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다. 2030년 달 착륙선, 2032년 대형 달 착륙선, 2035년 한국형 저궤도 위성통신망이라는 시간표는 이러한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민간 주도로 추진한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한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과거 우주개발은 정부와 출연연구기관이 중심이 되고 민간기업은 부품 공급이나 제조를 담당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뉴스페이스 시대에는 기업이 개발부터 발사, 서비스 제공까지 주도하는 구조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우주항공청은 올해 민간기업들과의 협의체를 통해 산업 현장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정책과 예산, 법령, 행정지원 등을 범정부 차원에서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도 우주항공 산업을 국가 주력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원팀’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우주항공 산업 육성은 우주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항공제조산업 역시 함께 키우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은 항공기 부품과 소재, 엔진 관련 기술 등에서는 상당한 제조 기반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우주산업이 성장하면 기존 항공 제조업체와 소재·부품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정부가 우주항공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면서 관련 수혜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주항공 산업은 극도의 기술력과 엄격한 비행 검증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고 한번 구축된 공급망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선점한 기업들의 수혜 가능성이 크다.

대형주 중에서는 대표적인 곳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다. 한화에어로는 국내 우주항공 산업의 대장주다. 누리호 고도화 사업의 체계종합기업으로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했다. KAI도 정부의 우주항공 정책 발표에 따른 가장 직접적인 수혜주 중 하나다. 군용기뿐만 아니라 중대형 위성 개발 및 저궤도 위성 사업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인 중·소형 위성 시스템 수출기업 쎄트렉아이, 위성통신 안테나 솔루션 기업 인텔리안테크 등도 정부 발표 이후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를 필두로 미항공우주국(NASA)의 오리온 우주선 제작 및 미 국방부(전쟁부)의 차세대 군사 위성 밸류체인을 주도하는 록히드마틴 등이 다가 올 ‘우주 시대’를 앞두고 큰 성장을 이뤄낼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돋보기 : 우주항공 산업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조건업계에선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민간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우주산업은 과거보다 기업 수가 늘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수준과 비교하면 생태계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우주산업은 개발기간이 길고 초기 투자비가 큰 반면 실제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정부의 역할은 단순히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초기 시장을 만들어주는 동시에 기업이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돈과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우주항공 산업은 전통적인 기계·항공공학뿐 아니라 AI, 소프트웨어, 전자공학, 재료공학,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을 필요로 한다. 특히 민간 우주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구자뿐 아니라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는 엔지니어와 기업가 양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글로벌 우주기업과 인재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우수한 인재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며 “대학과 기업의 인력 양성 체계를 함께 변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