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줄이라더니" 180도 바뀐다…'잔업 규제' 확 푸는 일본 [도쿄나우]

입력 2026-08-20 08:40
수정 2026-08-20 08:49


일본 정부가 기업에 잔업을 월 45시간 이내로 줄이도록 일률적으로 요구해온 행정지도를 완화한다.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는 지적에 따라 노사가 합의한 범위 안에서는 근로시간 운용을 보다 유연하게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오는 9월부터 노동기준감독서의 잔업 감축 지도 방식을 재검토한다. 지금까지는 노사가 합의해 월 100시간 미만까지 시간외 노동이 가능한 기업에도 잔업을 가급적 월 45시간 이내로 억제하도록 일률적으로 지도해왔다. 앞으로는 기업이 근로자의 건강 확보를 위한 조치를 충분히 마련했는지 등을 감안해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한다.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서 근로시간을 늘리고 싶다는 요구가 나온 데다 경직된 행정지도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일본 노동기준법은 근로시간을 하루 8시간, 주 40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다만 노사가 ‘36협정’을 체결하면 원칙적으로 월 45시간, 연 360시간까지 잔업할 수 있다.

특별조항까지 두면 휴일근무를 포함해 월 100시간 미만, 연 720시간까지 시간외 노동이 가능하다. 이번 조치는 법정 잔업 상한 자체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월 45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는 기업에도 45시간 이내로 줄이도록 요구해온 행정지도를 완화하는 성격이다.

후생노동성은 대신 불법적인 시간외 노동을 막기 위해 36협정 체결을 적극 유도하고 중대하거나 악질적인 법 위반에는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노동 규제 유연화 기조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확정한 성장전략과 ‘호네부토 방침’에 노동시간과 근로자 건강 확보에 관한 노사 합의를 존중하도록 행정지도를 신속히 재검토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재량근로제 재검토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법정근로 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한 주 52시간 상한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역시 법정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지만 노사 합의와 특별조항을 통해 일정 범위에서 추가 근로를 허용한다.

이번 일본 조치는 법정 상한 자체를 손대기보다 기존 제도 안에서 행정적으로 엄격하게 적용해온 잔업 감축 지도를 유연화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주 52시간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다만 일본 노동계는 일률적인 잔업 감축 지도를 완화할 경우 장시간 노동이 다시 확산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연합체인 렌고 등은 근로자 건강 악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어 향후 재량근로제 등 추가적인 노동 규제 개편 과정에서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