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챗·페이스북·챗GPT 창업자들, 자녀에겐 책·놀이·야외활동

입력 2026-08-20 08:19

소셜미디어와 인공지능(AI)을 키워온 실리콘밸리의 주요 경영자들이 정작 자신의 자녀에게는 스마트폰과 스크린, 소셜미디어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기술의 중독성과 수동적 콘텐츠 소비를 경계하며 독서와 놀이, 야외활동 등을 중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18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캘리포니아와 켄터키, 뉴멕시코에서 진행된 첨단기술 관련 소송에서는 소셜미디어가 어린이에게 해롭다는 판단이 잇따라 제기됐다. 캘리포니아 등 여러 주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가 강력한 기술을 활용해 청소년을 끌어들이고 붙잡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고, 메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자신의 자녀가 TV나 컴퓨터 앞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17년 둘째 딸이 태어났을 때 저커버그와 아내 프리실라 챈은 공개편지에서 밖에서 놀고 꽃 냄새를 맡고 나뭇잎을 줍는 시간을 강조했지만 디지털 활동은 언급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의 첫 외부 투자자이자 이사였던 피터 틸은 "자녀가 각각 3세 반과 5세였을 당시 스크린 이용을 일주일에 1시간30분으로 제한했다"고 2024년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밝혔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많은 기술업계 부모들이 비슷한 방식을 택할 것이라며 이런 사실이 여러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는 자녀에게 14세가 될 때까지 휴대전화를 주지 않았다고 밝혔고,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아들이 11세일 때 휴대전화가 없으며, 집에서 TV도 쉽게 볼 수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조카가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냅챗 창업자인 에번 스피걸 CEO도 "낮은 기술 노출 환경이 첨단기술 기업을 운영하는 자신의 성공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한다. 그는 1990년대 성장하면서 거의 청소년이 될 때까지 TV를 보지 못했고 그 대신 무언가를 만들고 책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고 말했다. 2018년에는 당시 7세였던 자녀의 스크린 사용을 주 90분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현재 아내 미란다 커와 네 자녀를 둔 그는 지난 4월 팟캐스트에서 "2세 자녀에게는 사실상 스크린을 전혀 허용하지 않고 책을 읽고 놀며 밖을 탐험하게 한다"고 말했다. 6세와 7세 자녀도 영화를 가끔 볼 뿐 휴대전화는 받지 않았지만 15세 자녀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술 경영자들은 AI에도 기존 소셜미디어와 같은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지난 4월 팟캐스트에서 "어린아이 손에 아이패드를 쥐여주거나 알고리즘 기반 피드를 보여주는 문제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자신은 자주 지루했고 당시에는 이를 싫어했지만 지금은 그 경험이 여러 면에서 “매우 가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가 밖에서 흙을 만지며 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NYT는 "실리콘밸리에서 기술을 가장 가까이 접한 부모들이 자녀에게는 기술을 제한하고 지루함과 인간적 경험을 남겨두려는 모습이 AI 시대의 새로운 육아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