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를 담당한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한 부작용을 설명하며 "앞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국회의원을 갖게 될 것"이라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박 검사는 18일 유튜브 채널 '멸콩TV'에 출연해 "이 법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은 정치인 국회의원뿐"이라며 "국회의원 수사가 아예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권력가, 재벌, 지방 토착권세가 토호들에 대한 수사는 아예 불가능해졌다"며 "탐관오리 수사를 안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미있는 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국회의원을 갖게 될 것"이라고 역설적으로 말하며 "음주운전율을 낮추는 방법에는 단속을 아주 많이 하거나 아예 안 하는 것 두 가지가 있는데 이 중 후자를 택한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즉, 부패 수사 자체를 하지 않음으로써 통계상으로는 '깨끗해 보이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였다.
박 검사는 기존 수사 체계의 장점을 강조했다. "검사 한 명이 모든 사건에 책임을 지면서 국민이 경찰이든 검찰이든 결국 검사에게 가서 검사가 수사지휘를 통해 책임지는 체계였다"며 "국민에게는 이용하기가 쉽고 책임을 묻기가 쉬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체계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박 검사는 "수사를 이용하기가 너무 어렵고, 사건 당사자가 변호사를 써야 하며, 단계가 너무 많아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 법을 만든 국회의원도 정확히 모르는데 일반 국민이 어떻게 알겠나"라며 "김용민, 박은정 의원에게 '이 경우에는 어디에 고소장 내야 하나'라고 물어봐도 모를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욱 문제는 책임 추궁 체계의 붕괴다. 박 검사는 "검사가 수사하지 않으면 누가 책임을 지나. 경찰에 책임을 물으려니 '내가 기소한 게 아닌데?'라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은 행안부장관 아래, 검찰은 법무부장관 아래 있어서 책임을 묻기가 아주 어려워졌다"며 "한국판 FBI를 지향한다고 하는데 미국 FBI는 법무부 아래 있어서 잘못되면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이 책임지지만, 우리는 책임을 지지 않는 기관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던 K치안이 무너지는 단계가 될 것"이라며 "결국 돌아올 거라 생각하지만, 그동안 너무 많은 희생을 치르게 될 것이다. 그동안 돌아가신 분, 피해를 본 분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보완수사권 폐지가 결국 국가 부패대응 역량 자체의 약화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다.
앞서 대검은 지난 5월 박 검사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려달라고 법무부에 청구했다. 징계 청구 사유에는 박 검사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 변호인에게 다른 사건 수사를 언급하며 부당하게 자백을 요구한 점, 수용자를 소환 조사하고도 수사과정 확인서를 작성하지 않은 점,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등 사건 관계자에게 외부 음식과 접견 편의를 제공한 점 등이 포함됐다.
이후 대검은 인천지검의 추가 감찰 결과를 토대로 박 검사가 업무시간 중 페이스북에 글을 21차례 게시한 점과 상부에 서면보고하지 않고 국민의힘이 단독 개최한 국회 청문회에 참석한 점을 추가 징계 사유로 삼았다. 이 전 부지사 측이 주장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연어 술자리' 의혹은 징계 사유에서 제외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