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기간이라도 극심한 폭염에 노출되면 만성콩팥병 환자의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와 여성, 고혈압을 동반한 환자에서 사망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났다.
19일 계명대 동산병원에 따르면 최근 신장내과 권진경 교수 연구팀은 2015~2023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약 114만 명의 만성 콩팥병 환자군과 연령·성별 등이 유사한 같은 규모의 대조군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가장 더운 상위 1% 수준의 극심한 폭염에 노출됐을 경우 만성콩팥병 환자의 사망 위험은 상대적으로 덜 더운 날보다 약 4.1% 높아졌다. 특히 65세 이상과 여성, 고혈압을 함께 앓는 만성콩팥병 환자에게서 폭염의 영향이 더욱 뚜렷했다.
만성콩팥병 환자가 폭염에 취약한 이유는 콩팥이 체내 수분과 전해질 균형을 조절하는 핵심 기관이기 때문이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수분과 나트륨·칼륨 등의 균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이 저하된다. 이런 상태에서 무더위로 땀을 많이 흘리면 탈수와 혈압 변동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문제는 만성콩팥병이 상당 부분 진행될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콩팥 기능이 장기간 저하되면 노폐물 배출과 수분·전해질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심할 경우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 고혈압과 제2형 당뇨병이 대표적인 위험 요인인 만큼 평소 생활습관을 통한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경희대 의대 연동건 교수 연구팀이 세계질병부담연구(GBD 2021)를 토대로 1990~2021년 전 세계 204개 국가·지역을 분석한 결과, 만성콩팥병 부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식생활 요인은 '과일 섭취 부족'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과일·채소·통곡물 섭취 부족과 나트륨·가당음료·붉은고기·가공육 과다 섭취 등 7가지 식생활 요인이 만성콩팥병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그 결과 건강하게 살지 못한 기간과 조기 사망으로 잃은 수명을 합산한 장애보정생존연수(DALY)를 기준으로 보면 과일 섭취 부족이 인구 10만명당 38.68명으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채소 섭취 부족(30.84명), 나트륨 과다 섭취(19.81명)가 뒤를 이었다.
흔히 콩팥 건강을 위해서는 짜게 먹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번 연구는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콩팥 건강에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콩팥 건강을 지키기 위해 평소 과일·채소·통곡물을 적절히 섭취하고 나트륨과 가공육, 붉은고기, 가당음료 등의 과도한 섭취를 피하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다만 만성콩팥병 환자는 무조건 과일·채소 섭취를 늘리기보다 자신의 콩팥 기능과 혈중 칼륨 수치 등에 맞춰 의료진과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