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만원씩 써요"…30대 여성 불황에 돈 쓰는 곳 달라졌다 [사장님 고충백서]

입력 2026-08-19 15:00
수정 2026-08-19 17:01


서울 성북구에 사는 40대 주부 P씨는 인근 대기업이 운영하는 소형 마트에서 간단하게 장을 보는 일이 늘었다. 회식이 줄어든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는 일이 늘면서 비싼 배달음식을 자주 먹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인근 반찬 가게에서 반찬을 사거나 유튜브에서 유명 연예인이 유행시킨 간편 조리법을 따라 요리를 해 먹는 게 경제적이고 건강에도 좋다는 생각이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Y씨는 지난해부터 월 20만원 안팎을 피부관리실에 쓰고 있다. 과거에는 친구들과 만나 맛집을 다니거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데 주로 돈을 썼지만 최근에는 만남 횟수를 줄이는 대신 자신을 위한 소비를 늘렸다. Y씨는 “예전에는 주말마다 약속을 잡았는데 요즘은 한 달에 몇 번 정도만 만난다”며 “대신 그 돈으로 피부 관리나 개인 운동 같은데 돈을 더 쓴다”고 했다.
서울 소비자들의 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회식과 술자리로 대표되던 '관계 중심'의 소비문화가 약해지는 대신 반찬가게와 피부관리실, 완구점 등 ‘나를 위한 소비’는 늘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로 소비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관계성 지출은 줄이는 대신 자신에게 직접적인 효용을 주는 분야에는 지갑을 여는 ‘선택적 소비’가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서울 전체 외식업 점포 수는 2024년 2분기 16만1242곳에서 2025년 2분기 15만7108곳, 올해 2분기 15만3205곳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2년 사이 8037곳, 5.0%가 줄었다.

이 중 감소세를 주도한 것은 호프·간이주점이다. 2024년 2분기 1만7784곳이었던 호프·간이주점은 올해 2분기 1만5255곳으로 2529곳(14.2%) 감소했다. 7곳 중 1곳꼴로 사라진 셈이다. 감소 속도는 전체 외식업 감소율의 약 세 배에 달한다. 치킨전문점도 같은 기간 6311곳에서 5742곳으로 569곳(9.0%) 줄어 열 곳 중 한 곳이 사라졌다. 단순히 외식업 전반이 위축된 것을 넘어 술자리와 외식 등 ‘함께 소비하는 업종’에서 감소폭이 특히 크게 나타난 것이다.

반면 혼자 먹고, 혼자 즐기는 소비를 뒷받침하는 업종은 오히려 늘었다. 대표적인 업종이 반찬가게다. 2024년 2분기 9614곳이었던 반찬가게는 올해 2분기 9853곳으로 239곳 늘었다. 외식업 전체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점포 수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외식이나 배달 대신 반찬을 사서 집에서 먹는 '집밥 소비'가 하나의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장보기 역시 편의점에서 슈퍼마켓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슈퍼마켓은 2024년 2분기 1만1794곳에서 올해 1만3391곳으로 1597곳(13.5%) 늘었다. 반면 편의점은 같은 기간 9633곳에서 8879곳으로 754곳(7.8%) 감소했다.

‘나’를 위한 소비는 역주행 중이다. 특히 외모와 건강에 돈을 쓰는 흐름이 뚜렷하다. 피부관리실은 2024년 2분기 8496곳에서 올해 1만720곳으로 2224곳(26.2%) 급증했다. 이번 조사 대상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미용실도 같은 기간 2만1745곳에서 2만2065곳으로 늘었다. 미용재료 소매점은 2025년 1446곳까지 줄었다가 올해 1512곳으로 반등했다. 의약품 소매점 역시 8852곳에서 9270곳으로 4.7% 증가했다.

취미와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도 증가했다. 완구점은 942곳에서 1135곳으로 193곳(20.5%) 늘었다. 전통적인 어린이용품 소비뿐 아니라 피규어와 굿즈 등을 수집하는 ‘키덜트’ 문화가 확산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운동·경기용품점은 3848곳에서 3884곳으로 소폭 늘었다. 러닝 등 개인이 자신의 몸과 취향을 위해 시간과 돈을 쓰는 생활체육 문화가 확산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예술품점도 2238곳에서 2370곳으로 5.9% 증가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