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세종 변두리로 갈까?"…정부 도심빌딩 입주 제동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

입력 2026-08-19 14:14
수정 2026-08-19 15:31


“누추한 곳에 귀한 분들이 오셨네요.”

지난달 중순 정부세종청사. 금융위원회 핵심 보직인 금융정책국장이 부처 합동 기자단 브리핑을 위해 세종으로 내려오자 한 기자가 “내년에는 세종에서 자주 보자”고 인사를 건넸다. 정부의 ‘2차 공공·행정기관 이전’에 따라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금융위가 내년 세종으로 옮겨올 가능성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세종 이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관가에서는 금융위가 세종으로 이전하더라도 정부세종청사가 아닌 외곽에 터를 잡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정부가 앞으로 새 청사를 임차할 때 도심 밖 지역 건물과 공공기관·교육기관의 유휴시설부터 검토하도록 지침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정부세종청사에 여유 공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전이 현실화하면 금융위가 청사와 가까운 세종 어진동 빌딩 대신 외곽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20일 기획예산처의 ‘2027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에 따르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은 청사를 새로 임차할 때 도심 외 지역 건물과 공공청사·지방교육기관 등의 유휴건물 활용을 우선 검토하도록 했다.

조직 신설·증원으로 사무실을 새로 빌리거나 기존 임차청사를 이전·갱신할 때도 예산처와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광화문과 세종 어진동처럼 접근성이 좋은 도심 민간 빌딩을 선택하려면 외곽 건물이나 공공 유휴시설을 쓸 수 없는 이유를 예산처에 설명해야 한다.

올해까지 예산안 편성 세부지침에는 이 같은 규정이 없었다. 정부청사에서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부처와 위원회가 접근성이 좋은 도심 민간 오피스에 사무실을 얻은 배경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광화문KT빌딩에 본부를 두고 있다. 새문안로 S타워에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나눠 입주했다. 서울역 인근 서울스퀘어에도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지원단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위원회는 빌딩 임차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예산처 심사를 받아야 하고, 적절한 임차 근거를 대지 못할 경우 도심 밖으로 밀려날 각오를 해야 한다.

세종도 마찬가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어진동 세종파이낸스센터를 청사로 사용하고 있고, 기후에너지환경부 일부 부서는 청암빌딩과 엠브릿지빌딩 등에 흩어져 있다.

세종 이전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금융위도 새 지침을 적용받는다. 만약 금융위가 옮겨온다면 평소라면 청사와 가까운 어진동 일대 민간 빌딩이 우선적인 대안으로 거론될 수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금융위 역시 어진동 민간 오피스보다 도심 밖 건물과 다른 공공기관·교육기관의 유휴시설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정부기관의 추가 세종 이전과 조직 개편이 맞물리면서 예산처 눈치를 보는 부처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