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로 올해 사업비 5465억원을 구조조정한다.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공공기관 출연·운영비, 집행이 늦어진 사업이 대거 감액 대상에 올랐고, 이렇게 마련한 재원은 노인장기요양과 학교급식 등 본예산에 충분히 담지 못했던 민생·복지사업에 투입한다.
경기도는 19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다.
추경안 총규모는 42조2420억원으로, 1차 추경보다 5621억원(1.35%) 늘었다. 일반회계는 3102억원 늘어난 37조6466억원, 특별회계는 2519억원 늘어난 4조5954억원이다.
예산 규모는 늘었지만 세입 사정은 오히려 악화했다. 부동산 거래 위축의 영향으로 지방세 수입 전망치를 3000억원 낮춰 잡았기 때문이다. 이에 도는 집행이 부진하거나 일정이 늦어진 사업을 중심으로 5465억원을 구조조정했고, 유사·중복사업 재검토와 사업량 조정, 집행잔액 감액도 함께 추진했다.
50억원 이상 감액된 주요 사업은 25개, 규모는 2148억2600만원에 이른다. SOC 사업이 대거 포함됐다. 양주 '부곡~부곡 국지도 건설' 예산은 도로구역 결정이 진행 중이어서 200억원에서 10억원으로 190억원 줄었다. '강동하남남양주선 광역철도' 예산 102억5500만원은 내부부담금 지급 지연으로 전액 삭감됐다.
광주 실촌~만선 국지도(90억원), 안성 성환~입장 국지도(83억1300만원), 김포 계양천 수해상습지 개선(70억원) 등도 함께 줄었다. 다만 도는 이들 사업 대부분이 사업 중단이 아니라 도로구역 결정과 보상, 공정·계약기간 조정 등으로 올해 집행이 어려워진 예산을 우선 회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정 사정을 직접 보여주는 감액도 있다. 경기신용보증재단 손실보전금 출연금 163억5000만원은 시급성과 재정 상황을 고려해 지급 시기를 미루면서 전액 삭감됐다.
공공기관 운영비도 구조조정을 피하지 못해, 경기관광공사(94억9200만원)와 경기아트센터(76억8200만원), 경기도사회서비스원(62억6100만원), 경기연구원 출연금(56억7500만원) 등이 줄었는데, 인력 채용 지연 등으로 예상되는 불용액을 미리 걷어낸 결과다. 청년 노동자 지원사업도 하반기 사업량을 조정해 77억9000만원 줄었고,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운영비는 집행 시기 조정으로 114억4200만원 감액됐다.
경기도는 이렇게 확보한 재원을 민생·복지 분야에 우선 투입해, 본예산에 반영하지 못했던 사업에 2429억2000만원을 편성했다. 노인장기요양 시설·재가급여에 1233억7600만원, 유·초·중·고교 급식비 지원에 583억5000만원을 배정했고, 농어민 기회소득과 청년기본소득, 결식아동 급식지원 등도 함께 반영했다.
저출생 대응과 필수 복지·의료 안전망 강화에는 2402억100만원을 편성해, 의료급여와 난임부부 시술비,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어린이·청소년 교통비 등에 투입한다.
이번 추경은 단순한 증액보다 재정 지출의 재배치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세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집행 가능성이 낮거나 시급성이 떨어지는 사업의 예산을 걷어내 법정·의무지출과 복지·민생사업으로 돌리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SOC와 공공기관 출연금까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것은 경기도의 빠듯한 재정 상황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공정이나 보상이 늦어져 감액된 SOC 예산은 사업이 진척되면 다시 필요해질 수 있는 만큼, 이번 감액이 중장기적인 재정 부담 자체를 없앤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원=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