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추석 명절을 앞두고 유통업계가 추석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명절 선물세트는 단순히 물건을 주고받는 행위를 넘어 현 시대의 경제적 상황과 가치관의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올해 추석 선물세트 트렌드는 양극화와 헬시 플레저, 친환경, 그리고 세분화된 취향으로 요약된다. 고물가 기조 속 실속형 상품이 대폭 강화된 데 비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한 프리미엄·이색 상품 역시 선택지가 대폭 확대됐다.◇백화점도 실속상품 선보여
주요 유통업체들은 장기화된 물가 상승으로 팍팍해진 소비자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가격 부담을 확 낮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상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전 예약 판매 할인 폭은 지난해 추석보다 확대했다. 롯데백화점은 축산 부문의 최대 할인율을 지난해 20%에서 올해 22%로 높였다. 수산 부문은 지난해 품목별 20~22% 수준이던 할인율을 올해 25~30%로 확대했다. 청과 역시 지난해 10~15%에서 올해 15~20%로 할인 폭을 키웠다.
신세계백화점은 사과와 배만으로 구성한 10만원 이하 ‘신세계 햄퍼 실속’ 선물세트를 올해 처음 선보였다. 명절 상차림 필수 상품으로 구성한 선물세트부터 5만원 이하 차·커피 세트, 5만원대 칫솔·치약 세트까지 중저가 상품군도 준비했다.
SSG닷컴은 1만원 안팎 실속형 선물세트 상품 비중을 지난해 대비 18% 늘렸다. 대천김 캔김과 사조 참치캔, 신라명과 마들렌 등 먹거리 세트를 1만원대에 준비했다.
롯데마트는 4~6만원대 가성비 선물세트를 강화했다. 축산과 수산 부문에서도 가성비 수요에 맞춰 10만원 미만, 5만원 미만 선물세트를 확대해 선보였다. ‘동원 곱창돌김 세트’와 ‘CJ 비비고 감태 캔김세트’를 엘포인트 회원 대상으로 30% 할인한 4만원대에 내놨다.◇수제 베개, 이어폰 등으로 확대
반면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중시하는 VVIP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초고가 프리미엄 상품군도 더욱 화려해졌다. 호텔신라는 서울신라호텔 헤드 소믈리에가 명절 음식과의 조화를 고려해 직접 엄선한 희소성 높은 와인과 위스키 등 초프리미엄 주류 세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표 상품으로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단독 포도밭에서 생산한 ‘도멘 샹딸 레스뀌르 꼬뜨 드 본 레 끌로 데 토프 비죠 후즈 2022’ 등이 있다. 산지와 등급을 세분화한 한우 세트, 지중해 미식을 담은 햄퍼 등도 선보였다.
백화점 명절 선물의 영역을 청과와 정육 등 식품을 넘어 뷰티, 리빙, 가전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대한 상품도 눈길을 끈다. 현대백화점은 프랑스 명품 크리스탈 브랜드 바카라의 텀블러 세트, 스웨덴 프리미엄 침대 브랜드 헤스텐스의 수제 베개, 뱅앤올룹슨의 하이엔드 무선 이어폰 등을 명절 특선 세트로 내놨다. 가성비나 뻔한 품목 대신, 받는 사람의 세밀한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깊이 있게 고려하려는 최근 소비자 수요를 꿰뚫어 본 것이다.◇단백질 함량 높인 참치세트
건강을 챙기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 역시 추석 선물세트 라인업에 반영됐다. 동원F&B는 최근 급증한 단백질 소비 수요에 발맞춰 참치 선물세트의 종류를 이전보다 약 20% 늘린 110여종으로 확대했다. 단백질 함량을 30g까지 끌어올린 ‘프로틴30’과 나트륨을 70% 낮춘 ‘저나트륨 황다랑어’ 등 온라인 전용 신제품 슈퍼참치 2종을 출시했다.
환경 보호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에 맞춘 선물세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선물세트들은 플라스틱 트레이를 없애고 100% 종이로만 제작한 ‘올페이퍼 패키지’를 주로 채택하고 있다. 단순히 종이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버려지는 멸균팩이나 폐플라스틱을 가공해 만든 직물 가방을 결합한 ‘올-리사이클드 패키지’도 나왔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