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려고 매장을 운영하는 건데 나날이 손해만 늘고 있습니다."
18일 대전 유성구 궁동에서 만난 한 카페 점주는 "최근에는 하루 매출이 10만원도 안 나온 적도 있다"며 "원재료값, 관리비 등을 내면 오히려 적자"라고 토로했다.
'빵지순례' 열풍으로 외국인 관광객까지 몰려들고 있지만 대전의 골목 상권은 웃지 못하고 있다. 성심당 앞에는 무더위에도 긴 줄이 이어졌지만 불과 100m만 벗어나도 분위기는 달라졌다. 골목 곳곳에는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지하상가에는 폐업한 채 셔터를 내린 점포들이 줄지어 있었다. 성심당이 불러온 관광 특수가 지역 상권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면서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장사가 진짜 안 된다"…궁동도 '썰렁'충남대와 가까워 대전의 대표적인 대학가 상권으로 꼽히는 궁동은 점심시간인데도 거리가 한산했다. 식당가에는 손님이 아예 없거나 한두 테이블만 차 있는 가게가 대부분이었다. 한 고깃집 출입문에는 '임대'와 '상가전문' 안내문이 나란히 붙어 있었고, 인근 점포에는 '상가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기자가 찾은 카페에서도 약 한 시간 동안 다른 손님을 보기 어려웠다. 카페 관계자는 기자를 대학생으로 생각해 "개학해서 이제 학생들이 돌아오나 보다"라고 반겼다가 신분을 밝히자 아쉬운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궁동의 한 상인은 "지금 방학 시즌이라 학생들도 별로 없다"며 "술집이 많아서 저녁에나 조금 사람들이 있지 낮에는 많이 없다"고 전했다.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대전지역 자영업 현황 및 잠재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부진이 확인됐다. 대전 자영업자 폐업률은 2024년 10.4%로 전국 평균(9.5%)과 광역시 평균(10.0%)을 모두 웃돌아 광역시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특히 음식·숙박업 폐업률은 19.4%에 달했다.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카드 매출도 2023년 이후 감소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2025년 6월 말 23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7% 늘었고, 연체율도 1.0%까지 상승한 가운데 취약차주 연체율은 7.5%로 1년 새 2.1%포인트 뛰었다.◇ 성심당엔 긴 줄…100m 밖엔 '임대'
이 같은 대전 골목 상권의 침체는 '빵지순례' 열풍을 타고 대전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현실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코레일과 트립닷컴 등에 따르면 올해 7~8월 서울~대전 노선의 외국인 기차 예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40% 급증했다. 서울~전주(989%), 서울~강릉(415%), 서울~경주(300%) 증가율을 크게 웃돈다.
성심당 앞에는 외국인을 포함한 방문객들의 긴 줄이 이어졌다. 주변 음식점들은 '성심당 영수증 지참 시 7% 할인', '성심당 빵·케이크 가게 안에서 드셔도 됩니다' 등의 안내문을 내걸며 손님을 붙잡으려 애썼다.
하지만 성심당에서 불과 100m가량 벗어나자 오가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골목에서는 '상가 임대' 안내문이 붙은 빈 점포들이 어렵지 않게 보였고, 중앙로역 지하상가에서도 상당수 점포가 철제 셔터를 내린 상태였다.
인근 구제 의류 상점 관계자는 "성심당이나 가지, 여기까지 잘 오지도 않는다"며 "그러니 어떻게든 성심당과 연계해서 홍보하고 뭐라도 해보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푸념했다.
은행동 거리에서 만난 한 시민은 "시청, 도청 등이 다 이 지역에 있을 때는 상권이 엄청 활성화됐는데 다 빠지면서 근방이 완전 망했다"며 "성심당 때문에 이 부근이 다시 핫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동·선화동·대흥동 등 원도심은 대전시청과 법원에 이어 2012년 충남도청까지 이전하면서 유동인구 감소와 상권 침체를 겪었다.
한 택시기사는 "장사가 골고루 돼야 하는데 되는 집만 잘 되고 안 되는 집은 아예 안 되니까 문제"라며 "어떤 분은 장사가 너무 잘돼 가게 세 군데를 오가느라 힘들다고 하고, 어떤 분은 오늘 손님 한 테이블을 받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다른 택시기사들도 "요즘 한국인보다 외국인 택시 손님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 "성심당 찍고 떠나"…관광객 붙잡을 콘텐츠 필요
전문가들은 관광객이 성심당만 찾고 대전을 떠나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관광객이 머무르려면 사실 빵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먹고 즐기고 자고, 관람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며 "성심당 외에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다 대전역 찍고 성심당 찍고 그냥 가버리다 보니 그쪽에서 일하는 게 정말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안 드는 부분이 있다"며 "그게 될 때까지는 어느 정도 공공에서 좀 더 지원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전시는 성심당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시 관계자는 "시티투어의 경우 성심당 외에 다양한 투어 코스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고, 여행사 공모를 통해서도 사업을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며 "야간관광과 미식, 스포츠 등 테마별로 유연하게 코스를 개발할 수 있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우/신현보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