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맞서 핵심광물 공급망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으면서 광산업계에 개명 열풍이 불고 있다. 광산업체들이 회사 이름에 ‘아메리칸(American)’이나 ‘US’를 붙여 미국 기업처럼 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과 조달 계약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기업의 이름까지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광산업계에서 U.S.크리티컬머티리얼스, U.S.크리티컬메탈스, U.S.크리티컬미네랄스 등 비슷한 이름의 기업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 이후에는 아메리칸크리티컬미네랄스, US1크리티컬미네랄스, 앱솔루틀리크리티컬리소시스 등도 가세했다.
미국 기업뿐만이 아니다. US1크리티컬미네랄스는 호주에 본사를 두고 있고 주요 자산도 탄자니아 남부의 우라늄 탐사권이다. 하지만 회사 홈페이지는 성조기를 연상시키는 빨강·흰색·파랑으로 꾸며졌다. 자유의 여신상과 카우보이모자를 쓴 사람이 밀밭을 걷는 이미지도 내걸었다.
호주 트리그미네랄스는 이름 자체를 바꿨다. 미국 서부에서 텅스텐과 안티모니 사업을 추진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사명을 ‘아메리칸텅스텐앤드앤티모니’로 변경했다.
광산업체들이 ‘미국색’에 집착하는 이유는 워싱턴에서 막대한 돈이 풀리고 있어서다. 중국산 핵심광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미국의 과제가 되면서 정부가 자국 공급망 구축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USA레어어스는 미 정부로부터 16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제안받았다. 미국 공급망에 대한 기여도를 효과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자금 확보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다만 비슷한 이름이 쏟아지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유나이티드스테이츠텅스텐과 아메리칸텅스텐, 유나이티드스테이츠앤티모니와 아메리칸앤티모니 등이 경쟁하고 있다. 토마시 나드로프스키 암베스트테라덴크리티컬미네랄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어느 회사가 어느 회사인지 어떻게 구분하느냐”며 “업계 관계자와 대화할 때마다 어떤 기업을 말하는지 재차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