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의 장기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국내 증시 상승세를 꺾고 있다. 특히 이번 금리 급등 배경에는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맞물려 있어 당분간 금리 수준이 잦아들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연 5.33%대까지 올라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금리의 기준물(벤치마크)인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최근 연 4.75% 수준으로 올라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연 2.945%까지 상승하며 1996년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이 뛰었다.
장기국채 금리 상승은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며 19거래일 만에 7200선을 넘기도 했지만 장중 미 국채금리에 이어 일본 국채금리 역시 치솟자 상승폭을 대거 반납한 뒤 1% 넘게 하락해 마감했다.
특히 향후 주가 흐름에서 자금조달 여부가 핵심으로 평가받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장중 크게 밀리면서 지수 전체를 끌어내렸다.
통상 장기 국채금리 상승은 투자자들이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면서 빠르게 국채를 시장에 던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이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자 각국 정부가 재정 확대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국채금리를 밀어 올린 이유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하이퍼스케일러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국채 투자자들의 수요를 흡수하면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인공지능(AI) 투자를 위한 기업들의 차입 급증이 채권시장의 소화 능력을 압박하면서 미 국채 장기금리 상승에 갈수록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미국 투자등급 기업의 회사채 발행액은 약 1조5000억달러(약 2128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36% 급증했다. 이는 민간 투자자가 소화해야 하는 미 재무부의 중장기 국채 순발행액의 약 25%에 해당한다. 이 비율은 지난해 대비 5배 높은 수준이다.
알파벳이 최근 발행한 30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약 6.4%로 같은 만기의 미 국채보다 1.15%포인트 높았다. 지난달 메타와 연계된 데이터센터에 자금을 대는 채권 금리는 7.5%를 웃돌았다. 장기국채가 더 높은 금리를 써내야만 이들 회사채와 경쟁할 수 있다는 의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회사채 발행 급증과 주택저당증권(MBS) 공급 증가가 올해 미 국채 10년물 금리를 약 0.3%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일 간 금리 동조화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데다 일본 국채금리 상승이 미 국채금리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정책 불확실성과 하이퍼스케일러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 추세 등은 미 국채금리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당장 유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금리 부담이 금융 불안으로 확산할 수 있다"며 "미·이란 간 전쟁 우려가 한층 높아져 한 달 넘게 배럴당 80달러가 넘는 유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안정적으로 나왔음에도 금리가 안정되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