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직장인들의 컴퓨터 바탕화면에 색다른 ‘동료’가 등장했다. 반려묘부터 직장 상사까지 원하는 대상을 인공지능(AI)으로 구현한 '데스크톱 펫'이다. 화면 구석을 돌아다니는 작은 캐릭터를 보며 업무 스트레스를 풀거나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을 다시 만나는 이들도 늘고 있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바탕화면 가상 반려동물'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 2000년대 초반 PC 메신저에서 볼 수 있었던 단순한 2D 캐릭터와 달리 최근 AI 펫은 이용자가 직접 외모와 성격, 행동까지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진 한 장과 원하는 행동을 적은 명령어만 입력하면 특정 인물이나 동물을 본뜬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제작법을 모르는 이용자를 대신해 AI 펫을 만들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간단한 제작 상품이 9.9위안(약 2000원)부터 판매되고 있으며, 설정이 복잡한 상품은 수백 위안까지 가격이 올라간다.
특히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AI 펫이 새로운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 인플루언서는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의 사진을 이용해 해당 인물이 바닥을 기어 다니며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직장 상사 버전도 등장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평소 얄밉게 느끼던 상사의 얼굴을 캐릭터에 입힌 뒤 "오늘부터 야근 절대 금지", "즉시 승진 및 연봉 인상" 등의 말을 반복하도록 설정했다.
현실에서는 듣기 어려운 말을 상사 얼굴을 한 캐릭터가 대신 외쳐주는 셈이다.
한 중국 누리꾼은 "오전 내내 상사에게 시달리고 오후에는 상사의 얼굴을 한 펫을 괴롭히며 앙갚음했다"며 "당장 회사를 그만둘 용기는 없어도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소심하게 저항할 수는 있지 않느냐"고 했다.
다만 재미로 만든 캐릭터가 법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지 법률 전문가들은 당사자 동의 없이 실제 인물의 얼굴을 AI 캐릭터에 사용한 뒤 희화화하거나 모욕적인 행동을 시킬 경우 초상권이나 인격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AI 펫이 누군가에게 '복수용 장난감'이라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다시 만나는 통로가 되어 주고 있다.
정보통신업계에서 일하는 샤오룽씨는 사무실에 데려올 수 없는 자신의 반려묘를 AI 펫으로 만들었다. 고양이 캐릭터가 화면을 돌아다니다 물을 마시거나 스트레칭해야 할 시간이 되면 주인에게 알려주도록 설정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이른바 '펫로스'를 겪는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 동물을 AI로 되살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한 이용자는 5년 전 세상을 떠난 고양이의 사진과 기억을 토대로 AI 펫을 제작했다. 생전 고양이가 자주 하던 발을 핥거나 기지개를 켜는 동작을 구현하고 "오늘 캔 못 먹었어", "나도 네가 보고 싶어" 등의 말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누군가에게는 몇 줄의 코드에 불과할 수 있지만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에게는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