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시아 중시 안보전략 흔들어 中견제 스스로 포기" [블룸버그]

입력 2026-08-19 21:08
수정 2026-08-1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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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세기적 우행(愚行)'으로 동아시아 동맹을 흔들고 군사력과 정치적 관심을 중동으로 돌리면서 핵심 경쟁자인 중국에 대한 견제능력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비판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란보다 더 위협적인 중국이나 러시아 북한같은 적들에게 서서히 항복하고 있다며, 백악관에 팽배한 '지적파산'대신 아시아로 안보전략의 무게 중심을 다시 돌려야 한다는 냉철한 지적이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18일 블룸버그의 미국외교 및 안보담당 칼럼니스트인 안드레아스 클루스는 “지정학 전략이 없는 트럼프는 자신의 첫 임기를 포함, 최근 미국정부가 추구해온 중국 팽창 억제라는 안보정책 방향을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최근 11척의 현역 항공모함중 하나로 극동에 배치해온 USS 조지 워싱턴호를 중동으로 항로를 변경했다. 거기서 승산 없는 이란과의 전쟁에 투입된 USS에비브러햄 링컨호를 대체할 예정이다. 이 결정으로 미국 안보전략의 중심이 되어야 할 극동지역에 미국의 항모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에이브러햄 링컨호는 오랜 배치로 일부 수병들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내에서 중동전 장기화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항공모함은 중동으로 가고, 한국과의 군사훈련은 줄이고, 동맹국의 미국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면서 미국이 중국 견제에 가장 중요한 전선에서 스스로 힘을 빼고 있다는 뜻이다. 이로서 최근 3번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강화된 미국의 ‘서에서 동으로’(West To East)전략은 허무하게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2위 경제강국으로 부상한 2011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Pivot to Asia’(아시아중시)전략을 채택하면서 트럼프 1기, 바이든 행정부, 트럼프 2기초까지 ‘중동과 유럽에 묶인 자원을 줄여 인도·태평양에 집중하고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아시아에 무게중심을 두는 안보전략이다.

칼럼니스트는 두 번째로 충격적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공격에 대비해 양국의 공동 방어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국과의 합동 군사 훈련을 갑자기 축소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세계 최악의 독재자인 김정은을 "위협적이지 않고 존중할 만하다"고 높이 평가한 반면, 한미 동맹의 군사 훈련을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북한에 적대적"이라고 비난해 전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칼럼니스트는 이것이 어떤 전략적 판단 차원의 “체스를 두는 것이 아니라 그냥 트럼프의 심술(sulking)”임을 직시했다. 자신이 시작한 이란 전쟁에 한국의 도움을 요청했는데 한국이 “사양하겠다”고 거절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칼럼니스트는 '에픽 퓨리'(Epic Fury:세기의 분노) 작전 개시라는 트럼프의 '세기의 우행' (Epic folly)과 백악관에 팽배한 ‘심술’대신 선견지명이 있었다면 미국의 모든 관계, 동맹, 전략목표는 훼손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트럼프의 ‘세기의 우행’은 사실상의 동맹국인 대만과 필리핀(조약 동맹국)을 위협하는 중국에 대한 억제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트럼프는 현재 러시아와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파견하는 북한에 특히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북한은 이란과는 달리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칼럼니스트는 이제 한국이 일본과 나토 동맹국처럼 ‘최악의 시나리오’, 즉 미국이 공격 발생시 조약상 의무를 저버리는 상황에 대비해야 하며, 자체 핵무기 개발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최근 오만을 비롯한 다른 동맹국과 우방국들을 폭격하겠다고 계속 위협하고 관세를 통해 동맹 여부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국가를 상대로 끊임없이 경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소셜 미디어 계정에 내뱉는 내용을 설명하느라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진땀을 빼고 있다며 국방부 차관인 엘브리지 콜비를 예로 들었다.

콜비 차관은 미국이 중동과 유럽내 군사적 영향력을 줄이되 태평양 패권을 놓고 중국과의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견해를 수년간 주장해왔다.

이는 미국의 국가안보전력에 나온 대로 일본과 오키나와에서 대만과 필리핀을 거쳐 보르네오까지 이어지는 제1도련선을 따라 중국의 모든 침략 행위를 격퇴할 수 있도록 미국이 준비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그 안보정책을 입안하는데 참여했던 콜비 차관조차도 요즘은 상사의 변덕에 따라 “유연한 현실주의”라는 새로운 표현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에 속하지 않은 공화당 안보 전략가들조차도 트럼프 정부의 최근 접근 방식을 '지적 파산' (intellectual bankruptcy)이라고까지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국가안보전문가인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리처드 폰테인 CEO는 "미국은 제1도련선 방어에 군사 자원을 집중하는 동시에 동맹국들이 자국 방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베네수엘라나 이란에 대한 전쟁은 대중견제라는 안보전략의 맥락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고 언급했다.

칼럼니스는 "트럼프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 결과 트럼프 정부가 "사실상 미국의 가장 위협적인 적들에게 서서히 항복하고 있는 셈"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