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주 주택 신속공급 방안(8·13대책)을 내놓았다. 신도시 택지 조성과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공공 개발은 기본이다.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등 민간 쪽 공급을 늘리겠다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서울은 신규 주택의 대부분이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공급된다. 재건축과 재개발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가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게 중요하다. 재개발조합 설립 동의율을 75%에서 70%로 낮추고, 이주비 대출 규제를 풀기로 한 조치 등은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조합 내부 분쟁이나 공사비 갈등 같은 사안에도 정부가 직접 개입하겠다고 했다.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조합장에게는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용적률과 임대주택 비율 완화 등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규제를 제외한 나머지 애로사항은 이번에 대부분 해소된다고 볼 수 있다.
서울 강남에 재건축 열풍이 처음 분 시기는 2000년대 초·중반이다. 저층의 낡은 아파트들이 ‘지하주차장을 갖춘 공원 같은 아파트’로 재탄생하자 한쪽에서 환호했다. 반면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의 낡은 아파트 단지들만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보며 상대적인 박탈감에 절망하는 사람도 많았다.
당시 정부는 임기 말 김대중 대통령과 뒤이은 노무현 대통령 때였다. 재개발·재건축을 ‘주택 투기를 유발하고 불로소득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봤다. 종합부동산세와 투기과열지구 도입, 재건축 인허가 및 안전진단 절차 강화, 재건축 조합원 자격 양도 제한, 임대주택 의무 건설, 분양가상한제 및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시행 등 규제를 쏟아냈다. 많은 수의 낡은 아파트 단지 재건축이 멈춰 섰고, 신축 아파트 희소성은 높아졌다.
이재명 정부 주택 공급 정책은 과거 민주당 정부와는 다르다. 민간 위주 주택 공급에 적극적이다. 이 대통령은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고, 택지도 기존 규제에 얽매이지 말고 필요하면 법과 제도를 고쳐서라도 파격적으로 확보해 공급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닥공’(닥치고 공급)이다.
문제는 세금이다. 이달 초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보면 초고가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중과, 비거주 시 불이익 적용이 과도할 정도로 세다. 서울의 낡은 아파트 단지 중 입지가 상대적으로 좋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국평’(전용면적 84㎡) 기준으로 20억~3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재건축이 완료될 때까지 오랜 시일을 기다려야 한다. 이 기간 많은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공사비 증가에 따른 재건축 추가 분담금까지 합치면 신축 아파트 가격은 큰 폭으로 올라야 수지가 맞다. 그런데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 부동산 세금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덩달아 급증한다. 재건축 이익을 기대했던 아파트 단지 중 상당수가 ‘손실 구간’으로 들어갈 수 있다. 재건축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정부 세제개편안이 나온 뒤 서울 강남구는 14주 만에, 서초구는 16주 만에 매매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세금으로 강하게 압박한 결과다. 2029년까지 매년 단계적으로 부동산 세금을 올리기로 한 만큼 초고가 주택 가격은 당분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세금 중과를 피한 20억원대와 30억원대 아파트로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 초고가 주택은 선호도가 떨어지고 ‘덜 똘똘한 한 채’ 인기가 높아진다는 것은 강남 핵심 지역의 재건축 메리트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초고가 아파트 가격을 떨어뜨리는 가장 효과적이고 시장 순응적인 방법은 더 좋은 아파트를 많이 짓는 것이다. 경쟁하는 아파트가 많아지면 가격은 하락한다. 반면 세금이나 규제를 징벌적으로 강화하면 처음엔 가격이 떨어지겠지만, 충분히 떨어지고 난 다음엔 다시 오른다. 집값은 집값대로 놓치고 서울 강남을 진짜 부자들만 사는 동네로 공고화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이재명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에 진정성이 느껴지지만 세금 정책과 함께 겹쳐 놓으면 보이는 부(不)조화를 어찌할 것인가. 정부와 국회 모두 심각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