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성과 급한 트럼프…김정은과 만남 위해 '핵보유국 인정'할까

입력 2026-08-19 18:27
수정 2026-08-19 20: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올지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대화 계기가 마련되는 상황을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미가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하고 미국이 태평양에 주둔하던 항공모함 부대를 중동으로 이동시키면서 태평양 안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미·북 대화 기대하는 정부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북한의 우방인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김정은을 만나는 방안을 참모들과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경북 경주 APEC 참석차 방한했을 때도 김정은과의 회담을 추진했다. 당시 북한도 물밑에서 회담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지만 촉박한 일정 때문에 성사되지 않았다고 미국 당국자들은 전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이유가 이란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할 외교적 성과를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정도 구애 메시지가 나갔기 때문에 김정은이 원하면 어떤 형태로든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며 “정부 입장에서 그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에 대해선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주미한국대사관이 즉각 미국 측 관계기관에 문의했다며 “서울에서도 주한(미국)대사를 초치해 협의했다”고 말했다. 초치는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자 상대를 불러들인다는 외교적 표현으로,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에게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한국은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북한의 핵 활동 중단을 연결하는 상호적 안보위협 감소 방안을 마련해 미국 측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북 정상회담 성사의 관건은 북한이다. 북한은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요구가 어느 정도 수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야 대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대북 대비태세 약화 우려도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미국 측의 제안으로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기간과 규모를 일부 조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지난 17일부터 27일까지 11일간으로 예정된 UFS 연습 일정이 21일까지로 축소됐다.

UFS 연습은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연합 훈련으로, 이런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조기 종료 및 축소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UFS 연습과 연계된 연합 야외기동훈련(FTX)도 일부 축소해 시행한다.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한 것에 이어 미국은 태평양에 배치했던 항공모함 전투부대인 조지워싱턴 항모강습단을 중동으로 이동시켰다. 미·중 패권 경쟁의 현장인 태평양에서 미 해군 전력의 상징인 항공모함이 사라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은 태평양 안보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