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기록적인 동반 급등세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미국이 연 5.31%(18일 기준)로 19년 만의 최고치, 프랑스는 연 4.87%로 18년 만의 최고치다. 영국은 연 5.81%로 6%에 육박했고 한국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연 4.75%까지 높아졌다. 저금리 대명사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연 2.93%로 30년 만의 최고치다.
장기 저금리를 누리던 글로벌 경제가 고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의미다. 금융비용 상승이 기업·개인·정부를 압박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동반 부진에 빠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미국·유럽의 고용, 중국·일본의 생산 등 여러 경제지표가 기대치를 밑도는 상황이어서 걱정이 더 크다. 경기 둔화기에는 장기 금리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는데도 이례적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재정 확대 흐름과 빅테크 중심의 공격적인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이 금리 급등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정된 자금을 두고 차입 경쟁이 벌어지다 보니 자본비용이 구조적으로 높아지는 양상이다. 향후 글로벌 실물경제는 고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장기전 체제로 진입할 수밖에 없다. 국채 금리 상승이 주식 등 위험자산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려 대규모 자금 이동이 나타날 개연성도 높아졌다.
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국가부채 40조달러 돌파가 눈앞이고 유럽 각국은 이자 상환을 위해서라도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할 판이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도 ‘돈 더 쓰기’로 내달리고 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연 5%대(현재 연 4.6~4.7%)로 올라서면 금융시장 충격은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큰 탓에 금리 상승에 유난히 민감하다. 전날 일본·중국 증시가 3% 안팎 내렸는데 유가증권시장은 매도 사이드카 발동 끝에 6% 가까이 급락했다. 우리 경제의 잠재적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가계부채가 2000조원을 넘어선 점이 걱정을 더한다.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의 이자비용이 2년 새 50%가량 급증한 만큼 가계의 어려움과 내수 부진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점증하는 리스크에 대응한 재정·통화정책 전반의 재조정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