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용산공원 주택 개발, 급하다고 밀어붙여선 안돼

입력 2026-08-19 17:35
수정 2026-08-20 00:10
정부와 여당이 서울 용산공원에 청년을 위한 임대주택 등을 짓기 위해 본격적인 여론전에 들어갔다. 서울에 아파트를 지을 땅이 거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용산공원까지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는 사정은 이해할 만하다.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은 어제 “이 금싸라기 땅을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규모 공원으로만 활용하기보다는 주택을 공급하는 게 합리적이란 취지로 발언했다.

하지만 용산공원 개발은 환경·인프라 문제 등 복합적 과제를 풀어야 하는 사안으로 숙의 없이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2007년 제정된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은 반환된 용산 미군기지 부지 중 ‘본체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공원 외 목적으로 용도를 변경하거나 매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주택난 해결이 급하다고 20년 가까이 유지한 원칙을 사회적 논의 없이 깨뜨려선 안 된다.

용산공원은 전체 면적이 약 300만㎡로 여의도공원(약 22만㎡)의 13배에 이른다. 청년주택 후보지로 언급되는 용산 어린이정원은 전체의 10분의 1가량인 30만㎡ 규모다. 이 부지를 고밀 개발하면 약 2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와 국민의힘, 인근 주민은 용산공원 개발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용산공원이 도심에 남은 마지막 대규모 녹지로,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과 자연·생태 공간으로 보존해야 할 국가 자산이라고 강조한다.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입지 좋은 곳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중요한 정책 과제다. 그렇다고 용산공원에 대규모 아파트를 지어야 하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공원을 주택으로 개발하는 것이 도시 경쟁력과 미래 세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검토해야 한다. 한번 개발이 시작되면 다시 공원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더라도 모든 부지에 같은 잣대를 적용할 수는 없다. 용산공원 개발은 사회·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급할수록 더 넓게 의견을 듣고 더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지방자치단체, 전문가, 시민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주택 공급 효과와 녹지 훼손 문제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