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웅대한 장군의 긍지를 가졌다/ 갖은 살육이 감행되는 진영 위에서/ 장검을 고이고/ 육지를 비예한다’ (‘바다와 하늘’ 中)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1926~2008)는 등단 전 은행원이었다. 1954년 우리은행 전신인 상업은행 용산지점에서 근무하며 행우회 사보에 본명 박금이로 장편 시 ‘바다와 하늘’을 발표했다. 그의 첫 작품이다. 퇴사한 뒤에도 단편 ‘전생록’을 상업은행 사보에 싣는 등 은행과 문학적 인연을 이어갔다.
우리은행이 박경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 시절의 흔적을 19일 공개했다. 서울 회현동 본점 지하에 마련된 역사관 우리1899에서 다음 달 18일까지 박경리 특별 기획전을 연다. 상업은행 사보 ‘천일’에 발표한 초기 작품과 개인 소장품 등을 무료로 전시한다. 문단에 이름을 알리기 전 박 작가의 창작 활동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 작가가 생전 사용한 안경, 돋보기, 만년필, 펜 받침대, 연필통 등도 살펴볼 수 있다.
우리은행은 국내 근현대사를 담은 대하소설 토지의 영문 번역 및 출판을 후원해 해외 독자와의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토지는 1969년 집필을 시작해 1994년 완간된 작품으로, 구한말부터 광복까지 격동의 한국사를 폭넓게 담아낸 박 작가의 대표작이다. 우리은행은 이날 토지문화재단과 문화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기부금 1억원도 전달했다.
재단은 올해 15회를 맞이하는 박경리문학상을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과정에서 이 기부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특별상을 추가 시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우리은행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박경리 선생의 문학적 유산이 세계로 뻗어나가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