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르베크 CEO "한·미 SMR동맹 기반으로 英·동남아 등에 수백기 건설"

입력 2026-08-18 18:01
수정 2026-08-19 00:13
이 기사는 8월 18일 오후 3시24분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정보 유료 플랫폼인 '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에 게재됐습니다. 한경 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단독 기사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영국 일본 등 막대한 전력 수요가 생길 국가에 K-나트륨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지난 15일 서울 한 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테라파워는 SK 등 한국 기업과 소형모듈원전(SMR) 수백 기를 건설하는 게 목표”라며 이처럼 말했다.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차세대 SMR 기업이다.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 4세대 원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게이츠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은 최근 방한해 한국 기업과 함께 SMR의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기본 구상을 밝혔다. 한국형 나트륨 SMR 사업모델인 K-나트륨이다. 르베크 CEO는 K-나트륨 사업의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K-나트륨은 테라파워의 기술과 한국의 설계·제조·건설·운영 역량을 결합한 사업 플랫폼”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르베크 CEO는 “테라파워는 미국 와이오밍에서 첫 나트륨 SMR을 짓고 있다”며 “여기서 더 나아가 연간 5~10기를 건설하려면 한국이 보유한 제조·공급·사업 수행 역량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운영하고 있지만 수십 년간 신규 원전을 짓지 않아 제조·건설 공급망은 한국에 비해 약하다는 게 르베크 CEO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 기업이 없다면 테라파워의 목표와 사명을 실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르베크 CEO는 인공지능(AI) 확산이 SMR 수요를 크게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등에는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대규모 무탄소 전력이 필요하다”며 “나트륨과 같은 유연한 무탄소 전원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MR은 기존 원전 대체재 아냐…AI시대 새로운 전력원 될 것"
데이터센터 확산에 SMR수요 증가…2031년 상업용 전력 생산 예정“한국은 소형모듈원전(SMR)을 건설할 수 있는 강력한 공급망을 보유한 동시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를 이해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르베크 CEO는 프랑스 아레바 등에서 원전 프로젝트와 제조부문을 담당한 뒤 2015년 테라파워에 합류해 2018년부터 CEO를 맡고 있다. 그는 13일 빌 게이츠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과 함께 한국을 찾아 국내 기업과 회동했다. 르베크 CEO는 “SMR은 이른바 ‘올드 패션’인 원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AI 시대의 새로운 전력원이 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방한 성과가 궁금합니다.

“게이츠 의장과 저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등 기업인뿐 아니라 한성숙 국무총리,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과 만났습니다. 지난 5년간 구축한 관계가 단순한 협력이 아니라 계약과 제조로 이어졌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무엇보다 테라파워와 SK그룹은 한국형 나트륨 SMR 사업 모델인 ‘K-나트륨’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K-나트륨이 무엇입니까.

“테라파워의 SMR 기술은 ‘나트륨’이고, 한국의 설계·제조·건설·연료·운영 역량을 결합한 플랫폼을 K-나트륨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테라파워는 연간 5~10기를 건설하고 장기적으로는 수백 기를 공급하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의 산업 역량이 필요합니다.”

▷한국 기업과 협업하는 이유는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94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수십 년간 신규 원전을 거의 짓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다릅니다. 수십 년 동안 일정과 예산에 맞춰 원전을 건설한 경험이 있습니다. 테라파워는 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 SK이노베이션, HD현대, 현대건설,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전력기술 등 한국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한국 파트너가 없다면 테라파워의 목표와 사명을 실현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트륨은 한·미 양국의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K-나트륨의 세계화를 의미 하나요.

“그렇습니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처럼 막대한 전력 수요가 발생할 국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영국과 일본 등에서도 테라파워는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K-나트륨 모델을 이들 국가에 적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상용화 시기가 궁금합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건설 허가를 받았고 예비 설계도 마쳤습니다. 첫 원자로는 와이오밍주에 건설됩니다. 2030년 완공한 뒤 2031년부터 상업용 전력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메타와 후속 프로젝트 후보 부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추가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SMR을 ‘모멘텀 사업’이라고 봅니다. 첫 원전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연간 10기 수준으로 얼마나 빨리 확대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건설 기간이 상당히 짧습니다.

“기존 원전은 통상 8~10년이 걸리지만 나트륨 SMR은 약 3년 반이면 건설할 수 있습니다. 나트륨 SMR은 소듐 냉각 방식이어서 낮은 압력에서 운전됩니다. 고압 원자로에 필요한 거대한 콘크리트 격납 돔과 막대한 철강 사용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안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철강, 콘크리트와 투입 인력을 줄여 건설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건설할 계획도 있습니까.

“SK와 함께 한국 정부와 협의하면서 최초의 나트륨 SMR을 지을 수 있는 부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반도체 클러스터, AI 데이터센터, 대규모 산업단지처럼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이 필요한 지역이 중요한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원전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한국 규제기관과 국민에게 SMR이 매우 안전하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신뢰를 얻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나트륨 SMR의 안전성을 검증했습니다.”

▷중국의 원전 굴기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중국은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사실상 모든 에너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원전을 계속 짓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AI를 둘러싼 국제 경쟁까지 감안하면 미국과 한국이 첨단 원자력 기술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에너지 안보에서도 중요해졌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원자력이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주목받았다면 이제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해졌습니다. 원전은 한 번 연료를 장전하면 18개월 또는 24개월 동안 발전할 수 있습니다. 송유관이 막히거나 호르무즈해협에 문제가 생겨도 전력 생산이 바로 중단되지 않습니다. 원전을 운영하지 않는 나라에도 나트륨 SMR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한·미 동맹이 이들 자유 진영 국가에 원전 선택지를 제공해야 합니다.”

■ 크리스 르베크 CEO는

△1962년생
△미국 렌셀러폴리테크닉대 기계공학과 졸업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 석사
△2006~2011년 아레바 프로젝트 부디렉터, 북미 제조부문 부사장
△2013~2015년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 컴퍼니 부사장
△2015년 테라파워 사장
△2018년~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