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연내 10만 시간(12년 치)에 달하는 대용량 로봇 학습 데이터를 확보한다. LG전자의 자체 로봇 ‘LG 클로이드’ 수백 대를 투입해 수집한 실제 데이터를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플랫폼으로 증강·합성해 축적하는 방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전략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닷새 만에 실무진 차원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나왔다.
LG전자는 18일 서울 양재동 LG 연구개발(R&D)캠퍼스에 구축 중인 데이터팩토리에서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수석이사 등 경영진과 실무 협의를 했다. LG 측에서는 류재철 LG전자 사장을 비롯해 현신균 LG CNS 사장, 정수헌 LG사이언스파크 대표 등 그룹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양사 관계자는 연내 완전 가동을 목표로 구축 중인 LG 데이터팩토리 현장을 점검했다. 데이터팩토리는 연면적 1만㎡ 규모로 조성되는 로봇 전문 훈련소이자 데이터 축적 인프라다. 내부에는 가정을 비롯해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장 생산 라인 등 물류 및 작업 환경이 구현됐다. LG전자는 연말까지 자체 개발 로봇 LG 클로이드 수백 대를 투입해 청소, 부품 운반, 적재, 조립 등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는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솔루션과 결합해 대폭 증폭된다. 엔비디아 옴니버스 라이브러리, 코스모스 오픈월드 모델, 아이작 로보틱스 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가상 공간에서 다양한 작업 조건의 합성 데이터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LG전자는 실물 수집 데이터와 가상 합성 데이터를 합쳐 연내 총 10만 시간 규모의 고품질 학습 데이터를 축적할 계획이다.
매디슨 황은 이날 LG 클로이드를 살펴본 뒤 방명록에 ‘어메이징 LG’라는 친필 사인을 남겼다.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도 “인크레더블(훌륭하다)”이라며 양사 협력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LG전자는 확보한 대규모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고도화하고, 데이터의 수집·학습·검증·개선이 순환하는 ‘데이터 플라이휠’ 구조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발판 삼아 내년 1분기에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정식 공개한다.
류 사장은 “그룹 내 핵심 역량을 결집하는 ‘원 LG’ 기반 시너지와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피지컬 AI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