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 '렌털 확장' vs 쿠첸 '본업 외길'…'밥솥집' 희비 엇갈렸다

입력 2026-08-18 17:40
수정 2026-08-19 01:25

국내 밥솥 시장을 주도하는 쿠쿠와 쿠첸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쿠쿠가 쌀 소비량 감소에 대응해 렌털 시장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것과 달리 쿠첸은 밥솥 중심의 사업 구조를 고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너가 2·3세의 엇갈린 경영 전략이 성적표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밥솥 명가의 엇갈린 경영 전략18일 업계에 따르면 쿠첸은 올 들어 사업 다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음식물처리기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이달 10일과 13일 각각 무선청소기와 냉장고를 새로 선보였다. 모두 기존에 제조·판매하지 않던 생활가전이다.

이런 변화는 쿠첸 모기업인 부방그룹 오너 3세 이중희 부회장이 쿠첸 대표를 맡으면서 시작됐다. 이동건 회장의 차남인 이 부회장은 취임 직후 쿠첸을 ‘스마트키친 솔루션 기업’으로 바꾸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한 뒤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30년까지 매출을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업계는 쿠첸이 경쟁사인 쿠쿠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본다. 쿠쿠의 오너가 2세인 구본학 대표는 2006년 대표에 오른 뒤 일찌감치 밥솥 밖으로 눈을 돌렸다. 쌀 소비량 감소 추세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해 새로운 활로를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2010년 정수기 렌털 사업에 진출한 뒤 2017년 렌털 사업을 전담하는 쿠쿠홈시스를 설립했다. 밥솥 등 생활가전은 쿠쿠전자를 물적분할한 뒤 무선청소기, 음식물처리기, 김치냉장고, 푸드테크 로봇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경영 부진, 지배구조도 흔들어이 시기 쿠첸의 대응은 완전히 달랐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대희 전 쿠첸 대표는 2007년부터 경영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쿠쿠와 달리 밥솥의 성능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투자를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전 대표는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자 2020년 경영에서 물러났다. 쿠첸의 경영 부진은 부방의 지배구조도 흔들었다. 부방은 1934년 설립된 부산방직공업에 뿌리를 둔 중견기업이다. 2019년까지 장남(이대희)이 쿠첸 등 생활가전 사업을, 차남(이중희)이 선박·수처리 사업을 승계하는 구조였다. 쿠첸 실적이 고꾸라지자 차남이 그룹 전체의 경영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엇갈린 경영은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쿠쿠홀딩스 매출은 2016년 4838억원에서 지난해 9209억원으로 약 두 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38억원에서 1140억원으로 80% 불어났다. 2017년 신설된 쿠쿠홈시스 매출은 지난해 1조1000억원대로 늘었다. 최근 주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쿠첸의 영업실적은 내리막길이다. 매출은 2016년 2726억원에서 지난해 1500억원으로 45%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97억원에서 23억원으로 4분의 1토막 났다. 부방은 최근 동전주 상장폐지 기준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사주 300만 주를 소각하는 등 주가 부양에 나섰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쿠쿠와 쿠첸은 주력 사업이 정체하는 상황에서 CEO의 경영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며 “새로 바뀐 쿠첸 경영진이 회사를 턴어라운드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