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김밥 한 줄

입력 2026-08-18 17:43
수정 2026-08-19 00:46
“문어 점복(전복)에 김밥을 싸먹고 목욕한 후 바위등에 누우면 얼화만수….” 국내 언론에 ‘김밥’이라는 단어는 1935년 1월 15일자 동아일보 기사에 처음 등장한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전하는 장면에서 지나가듯 언급됐다. 김에 밥을 싸 먹는 행위는 오래전부터 있었겠지만, 오늘날 김밥의 기원은 분명하지 않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스시의 한 종류인 ‘노리마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국 김밥과 일본 노리마키는 외형은 비슷하지만, 맛의 차이가 크다. 쌀식초에 스시 재료가 주로 사용되는 노리마키와 달리 김밥에는 소금간을 한 밥에 참기름과 당근, 채소, 소고기, 소시지, 캔 참치 같은 ‘한국적 재료’가 듬뿍 들어간다. 일본에서도 한국 김밥을 ‘한국식 노리마키’로 따로 분류하거나 한국어 발음을 따서 ‘긴파(キンパ)’라고 부른다.

중장년층에게 김밥은 ‘특식’ 이미지가 강하다. 학창 시절 봄 소풍과 가을 운동회에 필수품처럼 따라다녔다. 도시화가 진전된 이후엔 미국의 햄버거와 같은 대표 패스트푸드로 자리 잡았다. 한 줄에 350~500㎉의 열량을 내는 김밥은 간단히 떼우는 한 끼나 ‘야근 동반자’로 인기가 많았다.

대중의 사랑이 큰 만큼 시장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분식점 사업자는 4만9026명으로 대부분 김밥 시장에서 경쟁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저렴한 식품이라는 인식 때문에 원가 상승 부담을 사업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올 들어선 마른김과 쌀, 달걀 등 주재료 가격이 평년 대비 12~23% 오르며 부담이 커졌다. 가뭄과 폭염 여파로 시금치와 오이 가격도 무섭게 뛰었다. 시간당 1만원을 훌쩍 넘은 최저임금과 수도·광열비 압박도 작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이 3838원으로 전년 동기(3623원)보다 5.9% 올랐다는 소식이다. 주요 김밥 전문점 기본 김밥 가격이 4000원을 넘어선 지 오래고 한 줄에 5000~6000원 이상인 경우도 적지 않은 까닭에 ‘뒷북 조사’라는 느낌마저 없지 않다. 부담 없이 배를 채우던 ‘좋은 시절’이 다 지나간 것만 같아 아쉽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