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비거주 1주택자 대상 세제 개편안은 한국 사회의 높은 주거·노동 이동성을 외면한 것으로 보완이 필요하다.
한국은 지난해에만 611만8000명이 읍·면·동 경계를 넘어 거주지를 옮겼다. 국민 8명 중 1명꼴이다. 직장 발령, 자녀 교육, 부모 봉양 등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은 흔한 일이다. 삶의 단계와 생계에 맞춰 주거지를 옮기는 것은 일부 투자 의도가 있더라도 자연스러운 경제 행위이자 생활 방식이다. 여기에 2년 단위 전세계약이 일반적인 한국 특유의 임대차 구조가 더해진다. 내 집을 전세 주고 다른 지역에 전세로 사는 흔한 실수요자가 대거 ‘비거주자’로 분류된다.
그런데 정부 세제 개편안은 이처럼 다양한 비거주 사유를 충분히 구분하지 않는다. 실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는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면서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낮춘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보유 공제를 단계적으로 없애고 거주 공제를 최대 80%까지 확대한다. 세제 설계가 ‘거주=성실 납세, 비거주=투기’라는 이분법 위에 서 있다.
물론 투기적 목적의 주택 보유를 억제해야 한다는 방향은 타당하다. 하지만 거주 여부만을 기준 삼아 1주택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은 해법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거주 이전의 유연성을 제약하고 노동 시장의 효율적 자원 배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비거주 1주택자가 시장에 제공하는 임대 물량이 위축돼 무주택 세입자의 주거 안정까지 위협받게 된다. 입법예고 2주 만에 관련 법안에 반대하는 의견이 1만 건을 넘은 것도 현실과의 괴리를 보여준다.
주택시장 안정과 조세 정의는 국민의 주거 현실과 충돌하지 않을 때 성립할 수 있다. 투기 억제는 다주택자와 단기 거래 등 더 선명한 기준으로 접근하는 게 합리적이다. 국회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가구 이동 실태에 맞게 정부안을 수정해야 한다. 김민석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비거주 1주택자 보유 공제 폐지는 사실상 증세”라며 보완을 시사했다. 산업 구조 변화가 빨라질수록 일자리를 따라 거주지를 옮겨야 할 필요성은 더 커진다. 연간 600만 명이 삶과 일자리를 따라 움직이는 현실을 외면한 ‘거주 중심 과세’는 재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