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경쟁했어도 이제 끝났으면 서로 잘하길 바라면서 응원해줘야지. 저게 뭐하는 거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다음날인 18일 오후 서울 중구 중림동 한 식당 직원이 가게를 찾은 지인에게 두런거렸다.
TV에는 당 대표 경선에서 패한 정청래 후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청래는 졌지만, 정청래 지지자들은 이겼다"며 "우리가 숫자에서 졌지만, 열정과 가치까지 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8·17 전당대회가 막을 내렸지만 경선 과정에서 형성된 진영 간 갈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최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건 제 표가 아니고 정 전 대표를 지지하는 표가 온 것"이라며 "정 전 대표가 대표가 되게 하기 위해 뛰었는데 안 됐기 때문에 사실 제가 최고위원이 된 건 별로 의미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도 "제가 받은 표 상당 부분이 정청래 후보를 지지한 분들이 준 표"라며 "정 전 대표가 (대표가) 안 돼 저로서는 제가 생각한 노선이 선택받지 못했으니까 좋아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 최고위원은 전날(17일) 전당대회 직후에도 "끝까지 정 전 대표와 함께하겠다. 제가 수석최고위원이 됐지만 제 표가 아니라 정 전 대표가 나눠준 표"라며 "출마하면서 밝힌 대로, 경선 과정에서 수없이 약속드린 대로, 이해찬 정신으로 정청래와 함께 민주당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정 전 대표 역시 당대표 경선에서 패한 후 김 대표를 겨냥해 "김민석 후보는 이겼지만 그의 주장은 진 것이 맞다"며 경선 과정에서 김 대표가 제기한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 주장을 다시 거론했다.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최고위원의 당선을 두고는 "정청래는 졌지만, 최고위원 선거는 이겼다. 동지 3명이 100% 합격했다"며 "앞으로 김민석 대표 체제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에 김 대표를 지원했던 의원들은 최 최고위원을 향해 날을 세웠다. 채현일 민주당 의원은 SNS에 "새 지도부 출범 첫날부터 원팀 민주당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 나와 걱정"이라며 "수석최고위원의 첫 일성으로는 무책임하고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채 의원은 "수석최고위원은 특정 인물의 대변인이 아니다"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간절히 염원하는 당원들의 대변인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팀 정청래도 여기서 끝내야 한다. 우리에게는 오직 팀 민주당만 있을 뿐"이라며 "최 최고위원님, 언론개혁의 기수 최민희답게 뜨거운 결기를 이제는 원팀 민주당의 통합과 전진에 쏟아부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조계원 의원도 최 최고위원이 전국대의원 투표에서 후보 8명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한 점을 거론하며 "대의원들의 평가에 대한 스스로의 성찰보다 '정 후보가 나눠준 표'라고 밝혔다. 계파의 표 나누기로 수석 자리를 차지했다고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대의원 꼴찌 후보가 수석최고위원이 된 결과는 오히려 대표성의 심각한 균열이며 깊이 성찰해야 할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계파의 전리품처럼 얻은 직함으로 김 대표를 흔들고 지도부 분열을 부추긴다면 무자격 수석최고위원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지원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 전 대표가 '김 후보의 주장은 졌다'고 언급한 데 대해 "그렇게 꼬리를 단 것은 정 전 대표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당청 관계, 당정 관계는 국정의 중심인 대통령과 정부를 지원하는 전면 협력의 창조적 수평 관계가 될 것"이라며 "당은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위해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청래, 송영길과 함께 뛰고 제가 그 장을 넓게 열고 함께 모시겠다"며 "우리는 어려운 당 내외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앞으로 더 큰 내우외환의 풍파가 몰아닥칠 것"이라며 "몇십 년간 쌓아온 인내와 작은 지혜로 이 내우외환을 동지들과 신임 지도부와 함께 반드시 돌파해 내겠다"고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