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 식후혈당까지 잡는다…차세대 당뇨신약 연내 3상 IND

입력 2026-08-18 17:11
수정 2026-08-18 17:23


제일약품이 신약 개발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를 통해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자큐보'를 선보인 데 이어 당뇨 신약 후보물질 'JP-2266'의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임상 2상시험에서 공복 혈당과 식후 혈당을 모두 잡는 차세대 당뇨신약 가능성을 입증한 JP-2266은 올해 최종 임상인 3상 단계에 진입한다.식후 '혈당 스파이크' 잡는 SGLT1·2 이중저해제18일 업계에 따르면 먹는 당뇨 신약 'JP-2266'은 제일약품이 자체 개발하는 신약 후보물질 중 상업화 단계에 가장 가깝게 진입한 물질이다. 업체 관계자는 "임상 3상 설계와 허가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며 "연내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JP-2266은 장에서 포도당 흡수를 늦추는 SGLT1와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막는 SGLT2를 함께 억제하는 이중 저해 기전 신약 후보물질이다. 이전에 출시된 이중저해제가 심혈관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 데 반해 JP-2266은 2형 당뇨병 환자의 식후 혈당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새 시장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임상 2상에서 이런 가능성을 확인했다. 당화혈색소(HbA1c)는 물론 공복혈당과 식후혈당을 모두 낮추는 데 성공했다.

당뇨병 치료 목표는 혈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하루 중 특정 시점에만 혈당을 낮춰주는 치료제는 활용에 한계가 있다. 공복 상태와 식사 후에 달라지는 혈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 데다 이를 조정하기 위해 약물 농도를 높이면 저혈당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식후 나타나는 '혈당 스파이크' 등을 조절하는 것은 오랜 숙제 중 하나다.

JP-2266의 임상 2상은 식이요법과 운동만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2형 당뇨병 환자 156명을 대상으로 국내 28개 의료기관에서 진행했다.



JP-2266 5㎎(51명)과 10㎎(53명), 위약(52명) 등을 12주간 투여한 결과 1차 평가 지표인 12주차 HbA1c는 5㎎ 투여그룹에서 위약 대비 0.94%포인트 떨어졌다. 10㎎ 투여군은 0.97%포인트 낮았다. P값은 0.0001 미만으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HbA1c는 측정일 혈당이 아니라 최근 2~3개월 평균 혈당 상태를 반영한다. 위약군과 1%포인트가량 차이가 났다는 것은 일시적 혈당 변동이 아니라 투여 기간 전반에 걸쳐 혈당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추가 지표로 삼은 목표 혈당(HbA1c 7.0% 미만) 도달률은 5㎎군 66.7%, 10㎎군 70.6%였다.체중 감소, 인슐린 저항성 개선도 확인JP-2266은 포도당이 몸 속에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두 경로에 영향을 준다. SGLT2를 억제해 신장에서 포도당이 재흡수되는 것을 줄여준다. SGLT1을 함께 억제해 식사 후 장에서 포도당이 흡수되는 속도를 늦춰준다.



이번 임상시험에서 12주차 공복혈당은 위약군과 비교해 5㎎ 투여군에서 36.22㎎/dL, 10㎎ 투여군에서 39.38㎎/dL 낮아졌다. 식후 2시간 혈당은 각각 62.3㎎/dL, 66.89㎎/dL 낮았다. 식후 1시간 혈당도 개선됐다.

공복혈당은 음식을 먹지 않은 밤 시간 유지되는 기본 혈당 수치다. 식사 후 소화·흡수 과정에서 혈당이 상승한다. 식후혈당은 하루 중 혈당이 가장 높을 때의 수치다. 식후 혈당이 치솟는 것을 '혈당 스파이크'로 부르기도 한다. 이들 두 지표가 함께 개선됐다는 것은 JP-2266 효과가 특정 시간에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는 뜻이다.

기존에 출시된 당뇨약은 SGLT2만 억제하는 기전이다. JP-2266은 여기에 SGLT1 억제 기전을 더했다. 식후 2시간 혈당이 위약 대비 66.89㎎/dL 낮아졌다는 것은 SGLT1 억제 기전이 잘 작동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기존 SGLT2 억제제가 신장을 통해 포도당을 배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JP-2266은 장내 흡수 단계까지 조절한다. 최종 임상시험에 성공하면 JP-2266이 식후혈당 변화를 이끄는 치료제로 차별화된 시장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SGLT 계열 당뇨약 특성인 체중감소 효과도 이번 임상에서 확인됐다. 10㎎ 투여군은 수축기혈압이 3.6mmHg 낮아졌다. 인슐린 저항성과 췌장 베타세포 기능을 반영하는 일부 지표도 개선됐다. 이상 사례는 5㎎ 투여군에서 5.9%, 10㎎ 투여군에서 11.1%로 위약군(11.1%)과 비슷하거나 낮았다.

SGLT1과 SGLT2를 함께 조절하는 치료제가 없던 것은 아니다. 2023년 렉시콘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소타글리플로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이 약의 적응증은 심부전, 당뇨병,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심혈관 사망과 심부전 입원·응급실 방문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2형 당뇨병 환자 혈당조절 적응증으로 개발된 약은 아니다. JP-2266과는 다른 시장이다.

제일약품은 온코닉테라퓨틱스를 통해 국산 37호 신약 자큐보를 개발했다. 국내 허가와 상업화에 성공한 뒤 중국·인도·중남미·북유럽 등으로 기술수출과 공급 계약을 확대했다. 자큐보를 통해 쌓은 임상·허가·생산·영업 경험을 토대로 JP-2266의 후기 개발과 사업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JP-2266은 신장과 장에서 포도당을 동시 조절하는 이중 기전이 환자의 당화혈색소와 공복혈당, 식후혈당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임상 3상 진입을 차질 없이 준비해 식후혈당 관리까지 가능한 차세대 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국제당뇨병연맹(IDF)에 따르면 세계 20~79세 당뇨병 환자는 2024년 5억8900만명에서 2050년 8억53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90%가 2형 당뇨병 환자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