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18일 16: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 노후자금을 책임질 국민연금의 새 투자사령탑이 이르면 이달 말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기금 규모가 빠르게 불어난 가운데 차기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수익률 제고를 넘어 초대형 포트폴리오의 자산배분과 위험관리, 운용조직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운용 능력을 시험받게 될 전망이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차기 CIO 후보 4명에 대한 막바지 인사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박천석 전 새마을금고중앙회 자금운용부문장, 이규홍 전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자금운용관리단장, 이도윤 전 노란우산공제 자산운용본부장, 김호진 전 수협중앙회 자금운용본부장이 최종 후보군이다. 이르면 8월 말~9월 초 최종 인선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신임 CIO는 9월 중순께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 후보 4명은 모두 연기금과 금융회사 등에서 기관 자금을 운용해온 베테랑이다. 박천석 전 부문장은 삼성생명과 공무원연금, 흥국생명 등을 거쳐 새마을금고 CIO를 맡은 ‘멀티에셋형’이다. 채권·주식·대체투자를 두루 경험했고 2022년 국민연금 CIO 인선에서도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규홍 전 단장은 민간 운용사와 부동산 운용사를 거쳐 사학연금 CIO를 맡은 ‘연기금 정통파’로 꼽힌다. 중장기 자산배분과 해외·대체투자를 이끈 경험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도윤 전 본부장은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을 거쳐 경찰공제회와 노란우산공제 CIO를 맡아 위험관리와 조직 운영 경험을 쌓았다. 김호진 전 본부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외부위탁운용관리(OCIO)를 총괄한 뒤 수협중앙회 CIO를 지내 자산배분과 위탁운용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연기금업계에서는 이번 인선을 단순히 ‘누가 투자를 가장 잘하느냐’를 가리는 경쟁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대형 글로벌 포트폴리오의 방향을 정하고 시장 변동에 대응하면서 운용조직까지 이끌 수 있는 종합적인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차기 CIO가 넘겨받을 기금의 체급은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커졌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공식 집계가 나온 지난 5월 말 1848조원까지 불어났다. 올해 1~5월 운용수익률은 26.18%로 이 기간에만 385조원을 벌어들였다. 이후 국내 증시 급락으로 평가액은 당시보다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지만 장기적인 기금 증가 추세에는 변함이 없다.
기금이 커질수록 운용은 오히려 까다로워진다. 5월 말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543조원, 해외주식 650조원, 대체투자 254조원어치를 보유했다. 국내 시장만으로 늘어나는 자금을 소화하기 어려운 만큼 해외·대체자산으로 투자처를 넓히는 동시에 복잡해진 포트폴리오의 위험도 관리해야 한다. 개별 투자보다 전체 자산을 어디에 얼마나 배분할지가 중요해진 셈이다.
국민연금의 몸집 자체가 시장을 움직이는 변수가 됐다는 점도 차기 CIO가 풀어야 할 문제다. 기금위가 지난 5월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4.9%에서 20.8%로 높이면서 하루 최대 리밸런싱 규모를 줄인 것도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장기 수익률을 높이되 거대한 자금 이동이 시장을 흔들지 않도록 해야 하는 ‘큰손의 딜레마’다.
한 전직 연기금 CIO는 “기금 규모가 커질수록 개별 자산에서 수익을 내는 능력보다 전체 포트폴리오를 조율하는 자산배분 역량이 중요해진다”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조직까지 함께 관리할 수 있는 리더십이 차기 CIO에게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