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몇 년 전 유튜브에서는 세상을 떠난 프레디 머큐리나 마이클 잭슨이 한국어로 K팝을 부르는 듯한 영상이 화제였다. 다시는 들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전설적인 가수들의 목소리로 재현된 K팝은 가수의 팬에게는 반가움과 그리움을, K팝 팬에게는 색다른 재미와 신선함을 선사했다.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졌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최신 K팝이나 한 시대를 풍미한 가요를 트로트 버전으로 편곡한 음원이 인기를 끌고 있다. 구성지게 음을 꺾는 'AI 가수'가 실제 무대에서 열창하는 듯한 AI 뮤직비디오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AI가 음색과 장르를 바꿔도 기존 권리관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노래 한 곡에는 작사·작곡가와 편곡자의 저작권, 실연자와 음반 제작자의 저작인접권, 가수의 얼굴과 목소리에 관한 인격적·경제적 이익 등 여러 권리가 중첩돼 있다. 다만 필요한 허락을 모두 받았거나, 특정 곡의 멜로디·가사 등이 아니라 트로트의 장르적 특징만을 차용해 새 곡을 만들었거나, 저작재산권 보호기간이 끝난 곡을 활용해 특정 가수의 얼굴·목소리 없이 제작했다면 법적 위험은 작다.AI 커버의 첫 질문...'무엇을 활용했나'
법적 판단의 첫 질문은 'AI를 썼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활용했나'다. 필요한 허락을 모두 받았거나, 특정 곡의 멜로디·가사 등이 아닌 트로트의 장르적 특징만을 차용해 새 곡을 만들었거나, 저작재산권 보호기간이 끝난 곡을 활용해 특정 가수의 얼굴·목소리 없이 제작했다면 법적 위험은 크지 않다.
반면 저작재산권 보호기간이 남아 있는 원곡을 트로트로 편곡하면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 이를 유튜브에 게시하면 복제권과 공중송신권이 문제가 된다. 저작자의 의사에 반해 원곡의 제목·내용·형식을 변경하면 동일성유지권도 쟁점이 될 수 있다.
'패러디'나 '팬 메이드(fan-made)'를 내세우거나 비영리로 게시한다고 자동 면책되는 것도 아니다. 원곡의 상당 부분을 활용해 감상 수요를 대체한다면 공정이용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 플랫폼이 수익을 권리자에게 배분하거나 영상을 차단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권리관계가 정리되지도 않는다.음원 새로 만들어도 권리문제는 '여전'
원곡 커버에 원본 음원이나 보컬 트랙을 사용하면 실연자와 음반 제작자의 권리(저작인접권)도 문제 된다. 기존 음원을 AI 학습에 사용했다면 그 단계도 별도 검토 대상이다. 반대로 원곡의 기존 음원이나 실연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새로 커버 음원을 제작했다면, 원곡에 관한 저작인접권 쟁점은 줄어든다.
다만 특정 가수의 목소리가 인식될 정도로 음색을 모사하거나 얼굴을 합성해 실제 공연처럼 보이게 하면 음성권·초상권 침해 여부가 문제가 된다. 기존 뮤직비디오 장면을 이용하거나 창작적 안무를 재현하면 관련 저작권 문제가 더해진다.
또 국내에 널리 알려져 경제적 가치를 지닌 유명 가수의 이름·얼굴·목소리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반해 무단 사용하면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원곡 권리자가 실제로 제작에 참여하거나 승인한 듯한 제목·섬네일은 위험을 키운다.AI 커버 사업화, 원곡자 허락은 시작에 불과
법적 효과는 영상 삭제로 끝나지 않는다. 권리자는 침해금지·삭제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저작권 침해는 형사고소로 이어질 수 있다. 2026년 8월 11일 시행된 개정 저작권법은 고의 침해에 대해 법원이 인정한 손해액의 최대 5배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했고, 저작재산권 등을 침해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조회수와 광고 수익은 손해액이나 침해자의 이익을 산정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업체나 개인이 AI 리메이크를 사업화하려면 '원곡자 허락' 하나로 정리해서는 안 된다. 작사·작곡, 기존 편곡, 음원 원본, 실연, 얼굴·목소리를 나눠 권리자와 허락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이용 허락 계약에는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 게시, 음원 유통, 광고 수익, 해외 제공, 재편집, 사용기간 등 구체적인 이용 범위를 명시하고, AI 서비스의 학습 데이터 관련 조건과 상업적 이용 범위 및 입·출력물 책임도 살펴야 한다.
AI 사업자에 해당한다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음향·영상에는 AI 생성 사실의 고지·표시 의무도 점검해야 한다. 'AI로 제작했다'는 표시는 투명성을 위한 안내일 뿐, 타인의 권리까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