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균열 가능성"…日 언론, 트럼프 훈련 축소에 우려 [최만수의 재팬 인사이트]

입력 2026-08-18 13:40
수정 2026-08-18 13:5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대폭 축소를 지시한 것에 대해 일본 주요 언론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를 위해 동맹 관리나 대북 억지력을 뒤로 미룰 경우 한국 뿐 아니라 일본의 안보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축소 지시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손짓’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훈련을 “비용이 많이 들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고 비판하며 직접 축소를 지시한 점에서 북한에 대화 의지를 분명히 전달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닛케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가을 아시아 방문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김 위원장과의 회동을 희망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닛케이는 동시에 한미동맹의 균열 가능성을 경계했다. 북한이 동맹보다 눈앞의 외교적 성과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이용할 경우 한미 간 간극이 커질 수 있고, 이는 일본을 둘러싼 중국·러시아·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미국의 대화 제의에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힌 점을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그는 항상 나에게 큰 존경을 보여왔다”며 “나는 그를 이해하고, 그도 나를 이해한다. 우리는 매우 사이가 좋다”고 말했다.

요미우리는 이 같은 대북 유화 메시지와 한국을 향한 압박을 대비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대규모 병력을 한국에 주둔시키고 있음에도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에 협조하지 않은 것은 불공평하다며 “우리를 도우려 하지 않는 모든 나라를 우리가 지켜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에는 대화 신호를 보내면서 동맹국인 한국에는 방위 부담과 군사적 협력을 압박하는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비핵화와 한미동맹을 거래대상으로 다룰 수도"
아사히신문은 훈련 축소 자체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결정된 조치를 대북 메시지로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한미 양국은 올해 야외기동훈련을 지난해 대대급 5건·중대급 17건 등 22건에서 대대급 14건으로 이미 통합·축소한 상태다.

아사히는 전문가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이미 일어난 일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부터 평양 방문에 관심을 보여왔다는 미국 전직 고위 당국자의 평가를 소개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 직접 방북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에도 한미연합훈련에 부정적이었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는 미국 정부 내부의 충분한 사전 조율 없이 대규모 한미훈련 중단 방침을 김 위원장에게 밝힌 바 있다. 당시 주한미군 주둔비용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미군 감축이나 철수까지 검토했다는 전직 당국자들의 증언도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북미 대화의 성사 가능성과 그 조건에 보다 초점을 맞췄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매우 좋다”며 대화 의욕을 거듭 나타내고 있지만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요구 철회를 사실상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대통령실은 북미 정상 간 우호 관계가 “의미 있는 북미 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일본 언론의 시선은 기대보다 경계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훈련 축소를 지렛대로 김 위원장과의 대화를 재개할 경우 한반도 긴장 완화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비핵화 원칙과 한미동맹, 대북 억지력이 거래 대상으로 다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