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디세이’가 개봉 13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는 흥행가도를 달리면서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입 가에도 미소가 번지고 있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와 함께 아이맥스(IMAX) 등 특수관 관람 열풍을 주도하면서 박스오피스 객단가를 밀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5일 개봉한 ‘오디세이’는 전날까지 516만 명이 관람해 약 566억 원의 티켓 매출을 올렸다. 총 티켓 매출액을 관객 수로 나눈 객단가가 1만969원으로, 올해 주요 흥행 영화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디세이’, 객단가로 ‘왕사남’ 제쳐
올해 누적 관객 기준 흥행작 상위 5편은 ‘왕과 사는 남자’(1631만·1631억) ‘스파이더맨 4’(754만·786억) ‘군체’(574만·605억) ‘오디세이’ ‘호프’(448만·480억) 순이지만, 객단가로 따지면 순위가 ‘오디세이’ ‘호프’(1만714원) ‘군체’(1만540원) ‘스파이더맨 4’(1만424원) ‘왕사남’(1만원) 으로 조정된다. 오히려 흥행 대박을 낸 ‘왕사남’의 매출 기여도가 가장 떨어지는 셈이다.
영화별 객단가를 가르는 가장 큰 요인은 특수상영관 비중에 있다. 아이맥스·4DX·돌비 시네마·스크린X 같은 특수관의 좌석 가격이 통상 2만원 안팎으로, 성인 기준 1만3000원인 일반 상영관보다 비싸다는 점에서다. 특수관 관람수요가 높은 작품일수록, 상대적으로 티켓 매출 규모가 커지는 구조인 것이다.
‘오디세이’는 개봉 직후부터 특수관 열풍을 이끄는 작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아이맥스관 온라인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수천 명의 대기 인원이 몰리고 있다. 지방에서 ‘용아맥’(CGV용산 아이맥스관) 같은 고사양 상영관에서 관람하려는 원정 관람부터, 서울 관객이 덜 붐비는 비수도권으로 내려가는 역원정 관람까지 벌어질 정도다. 관객 줄어도, 특수관 수요↑
특수관 관람 선호 현상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지는 극장가 트렌드다. ‘국산영화 천만계보’가 12년 만에 끊기는 등 가까스로 연간 누적관객 1억 명을 넘기며 역대 최악의 흉작으로 꼽히는 지난해에도 특수관 좌석은 붐볐다. 지난해 전체 관객 수는 2005년 이후로 가장 낮았지만(2020~2021년 팬데믹 기간 제외), 특수관 관객 수는 739만 명으로 전년(485만) 대비 52.3% 증가했다.
지난해 ‘아바타: 불과 재’의 경우 관객 수가 457만 명에 머물렀지만, 전체 티켓 매출액 524억원의 절반가량을 특수관에서 벌어들이며 1만1466원의 객단가를 기록했다. 객단가가 9415원에 불과한 ‘좀비딸’의 누적 관객 수가 107만 명이나 차이 나지만, 매출액(531억)은 비슷한 실적을 거뒀다.
영화계에선 특수관이 OTT나 숏폼 콘텐츠는 줄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영상·사운드 경험’을 제공하는 체험 공간으로 각광받으며 관람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CGV 자회사 CJ 4DPLEX가 개발한 스크린X의 경우 정면부터 좌우 벽면까지 270도 파노라마 영상으로 관람하는 관람 환경으로 주목받으며 현재 50개국(480개관)에 진출한 게 대표적이다.
실제로 국내 영화산업 침체로 실적부진을 거듭하던 CGV는 스크린X의 성장세로 이를 만회하고 있다. CGV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59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1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 중 지난해와 비교해 56%, 260% 증가한 459억원의 매출액과 83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CJ 4DPLEX가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흐름으로 국내 극장업계는 전국적으로 특수관을 늘리는 추세다. 영진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크린 총수는 3154개로 전년 대비 142개 줄어든 반면, 전체 특별관 수는 1232개로 80개 늘었다. 전체 영화 중 특수상영 매출액 비중도 2024년 6.4%에서 지난해 10.6%로 증가세다.
다만 특수관 관람 수요가 흥행 보증수표는 아니다. 특수관에 몰릴수록 스크린 대비 관객 확장성 떨어져 전체 관객수가 제한될 수 있다. 지난해 ‘아바타: 불과 재’, 올해 ‘호프’가 높은 객단가에도 전체 누적 관객은 500만 명을 넘지 못한 게 대표적인 예다. ‘오디세이’ 역시 “특수관에서 봐야 하는 영화”로 입소문이 나면서 ‘스파이더맨 4’와 비교해 흥행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특수관은 극장이 다른 영상 매체와 비교해 차별성을 갖는 만큼, 여가 차원에서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관객을 유인할 무기”라면서도 “‘호프’를 제외하면 대체로 특수관 몰이하는 작품들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치중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