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롱아일랜드에 사는 레이철 힌켄은 아들 올리버가 말과 보행 등 성장 단계에서 계속 늦어진 이유를 알지 못했다. 올리버는 10세에도 키가 4피트를 넘지 않았지만 의료진은 시간이 지나면 따라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힌켄은 지난해 의료전문가용 얼굴분석 앱 ‘페이스투진’에 아들의 사진을 올렸고, AI는 희귀 유전질환인 '모발-코-지골 증후군(TRPS)'의 한 유형과 높은 일치도를 제시했다.
인공지능(AI)이 희귀질환을 발굴하고, 추가 검사를 제안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얼굴 분석과 심전도 해석, 의료기록·유전체 분석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의료진이 접하기 어려운 희귀질환의 진단 시간을 줄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환자와 가족, 의사와 간호사들은 AI를 활용해 희귀하거나 진단이 어려운 질환의 단서를 찾고 있다. AI는 의사가 평소 자주 접하지 않는 희귀질환에서 신체 특징과 영상, 의학문헌·증례보고서 사이의 연관성을 빠르게 찾아내는 데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AI가 복잡한 희귀질환 사례에서 의사보다 높은 진단 적중률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JAMA 계열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이미 진단이 확인된 복잡한 희귀질환 90건을 대상으로 AI 챗봇 두 개의 진단 제안 능력을 시험했다. 두 챗봇의 정답률은 각각 13%, 10%였으며 환자 의무기록을 검토한 의사의 진단률은 5.6%였다.
메이요클리닉에서는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내부 개발 AI가 실제 진단으로 이어진 사례도 나왔다. 간호사 마이클 에임스는 호흡곤란과 가슴 압박감을 호소한 77세 보험설계사 마이크 부시의 심전도를 AI로 분석했고, 시스템은 희귀하고 중증인 심장 아밀로이드증 가능성을 98%로 제시했다. 에임스는 이전에 이 질환을 진단한 경험이 없어 처음에는 AI 결과를 의심했지만 추가 영상검사에서 진단이 확인됐다.
AI의 한계는 희귀질환 데이터 부족에서 나온다. 일반 질환보다 증례기록과 조직 샘플, 영상자료가 적고 기존 자료도 디지털화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병리학회 AI위원장인 유방병리학자 매슈 해나는 재향군인부 병원과 대학병원을 돌며 보관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이동식 컨테이너 ‘스캔밴(ScanVan)’ 개발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희귀질환 진단 AI의 정확도를 높일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기업들도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앤트로픽은 지난 7월 희귀질환의 신약개발과 진단을 위한 바이오테크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표 제품 클로드가 연구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컨설팅업체 ZS는 제약회사를 위해 희귀질환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선별하는 도구를 개발했다. "중증근무력증 선별 도구를 사용한 140명 가운데 20명은 이후 실제로 해당 질환 진단을 받았다"고 ZS의 빌 코일 유럽지역 대표가 밝혔다. WSJ은 "희귀질환 진단에서 AI의 역할은 최종 판단을 대신하기보다 놓치기 쉬운 질환을 후보로 제시하고 검사와 연구 방향을 좁혀 의료진의 판단을 보조하는 쪽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